주지사 예비선거를 앞둔 캘리포니아의 정치적 공기는 무겁고 복잡하다. 리버럴의 최전선이자 이른바 ‘블루 월(Blue Wall)’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캘리포니아는 현재 ‘혁명’과 ‘혼돈’이라는 두 갈래의 시나리오 앞에 서 있다.
주류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선거가 단순히 다음 주지사를 선출하는 과정을 넘어, 캘리포니아라는 거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화당 후보들이 여론조사 상위권을 점유하며 부상하는 현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결과라기보다, 민주당 내부의 분열과 유권자들의 불만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증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정치 지형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민주당 후보군의 난립이다. 에릭 스왈웰, 톰 스타이어, 케이티 포터, 베티 이, 하비어 베세라, 이안 칼데론 등 쟁쟁한 인물들이 각자의 지지 기반을 다투는 사이, 공화당은 스티브 힐튼과 채드 비앙코라는 두 명의 주자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힐튼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지지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탑2’ 예비선거 제도(정당에 상관없이 상위 2명이 본선 진출)가 민심을 왜곡할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민주당 유권자들이 한 후보에게 결집하지 못할 경우, 본선에서 두 명의 공화당원이 맞붙어 민주당이 아예 배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의 사퇴를 유도하며 이른바 ‘질서 있는 정리’를 꾀해 왔다. 주 하원다수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이안 칼데론 후보가 레이스를 접으며 용퇴의 물꼬를 튼 것은 이러한 전략적 계산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당의 이러한 통제된 계획은 최근 발생한 에릭 스왈웰 의원의 스캔들로 인해 순식간에 난항에 빠졌다. 성비위 피해 주장들과 함께 검찰이 전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민주당이 기대했던 ‘정리’는 ‘붕괴’로 변모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퇴를 권고하고, 캘리포니아 노동 연맹, SEIU 캘리포니아, 경찰청장 협회, 캘리포니아 교사 협회 등 핵심 우군들이 줄지어 지지를 철회하면서 스왈웰 캠프는 와해됐다. 그리고 결국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제 민주당은 스왈웰 사태가 불러온 도덕적 치명타를 수습하며 남은 후보들에게 표심을 긴급히 수혈해야 하는 생존 게임에 돌입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스티브 힐튼은 개빈 뉴섬 행정부의 ‘처참한 결과’를 바로잡겠다는 선명한 공세로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올리고 있다. 힐튼은 주 의회와 협력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당선을 ‘정치적 혁명’이라 명명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이를 ‘통치 불능의 서막’으로 본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 의회와 사법 체계가 주지사의 행정명령마다 소송과 거부권으로 맞설 경우, 캘리포니아는 해결하기 어려운 거대한 정체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치적 대립의 저변에는 유권자들의 냉소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UC 어바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때 보수의 성지였다가 경합지로 변모한 오렌지카운티에서 유권자의 4분의 1이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아 있다. 존 굴드 UCI 학장은 주민 대다수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며 변화 혹은 냉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2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는 ‘누가 이기느냐’를 넘어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예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캘리포니아는 변화를 향한 갈망과 예고된 교착이라는 양면성 속에서 고통스럽고도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이제 막판으로 치닫는 예비선거의 결과가 시스템 혁신의 서막일지, 아니면 예고된 혼돈의 시작이 될지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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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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