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영향·기업들 ‘채용 실종’
▶대졸자 실업률 5.6%로 상승
▶ 200곳 지원해도 면접 4곳뿐
▶청년 취업시장 ‘붕괴 위기’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팬데믹 이후 최악 상황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미국 대졸 취업시장이 팬데믹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최악의 청년 고용시장이라는 평가다.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최근 대졸자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2~27세 대졸자의 실업률은 5.6%로 전체 성인 평균(4.2%)보다 높고, 22~65세 대졸자 평균(3.1%)과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별로는 인류학이 7.9%로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으며, 컴퓨터공학(7.8%), 순수미술(7.7%), 공연예술(7.0%), 컴퓨터과학(7.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그동안 ‘취업 보증 수표’로 여겨졌던 컴퓨터 분야마저 고용 둔화 조짐을 보이며, 인공지능(AI) 확산이 채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학 취업센터와 기업들에 따르면 최근 채용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채용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그 결과 채용도 해고도 적은 ‘저채용·저해고’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 정체가 특히 첫 직장을 찾는 청년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들면서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과소고용 문제도 심각하다. 보고서는 대졸자가 학위가 필요 없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을 과소고용으로 정의했는데, 최근 대졸자의 42%가 이에 해당해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형사사법 전공은 65.8%로 가장 높았고, 공연예술(63.9%), 미술(58.9%), 관광·서비스(58.1%), 농업(57.1%) 등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이 상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이 초급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기술·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초기 경력직 고용 감소가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청년 취업난의 주된 원인이 AI보다는 전반적인 채용 둔화에 있다고 본다. 다만 향후 AI가 일자리 구조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 구직 현장의 체감도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대학을 졸업한 한 구직자는 두 달 동안 약 200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은 4곳에 그쳤다고 밝혔다. 많은 졸업생들이 생활비 절감을 위해 부모와 동거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창업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취업 스트레스로 심리 상담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구조적 요인도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와 함께 고령층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하면서 조직 내 자리 이동이 줄어들고, 그만큼 신규 채용 필요성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 졸업자 수 증가까지 겹치며, 제한된 사무직 일자리를 두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과거 학사 수준이던 직무에 석사 학위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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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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