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 사이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의 이름은 말과 관련이 깊다. 말 목축을 규제했던 병자호란 이전의 조선시대 때 성수동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말 목축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임금은 지금의 서울숲 인근에 있는 성덕정(聖德亭)이라는 정자에서 말 기르는 모습과 군대 훈련을 지켜봤다고 한다. 한강이 보이는 비교적 높은 둔덕에 위치한 성덕정은 홍수 때는 대피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성수동이라는 지명은 성덕정과 수원지(水原地)의 첫 음을 따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1954년 성수동에는 경마장이 들어선다. 우리나라의 첫 경마장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1년 이촌동 부근에 들어섰지만 1925년 한반도를 휩쓴 ‘을축년 대홍수’로 사라졌다. 3년여 뒤인 1928년 지금의 신설동과 청계천 사이에 새 경마장이 문을 열었다. 6·25전쟁으로 신설동 경마장이 폐허가 되자 한국마사회는 새 경마장 터를 물색한 끝에 성수동 서울숲 자리에 뚝섬 경마장을 세웠다. 35년간 유지됐던 뚝섬 경마장 시대는 1989년 과천에 ‘서울 경마장’ 개장과 함께 막을 내린다.
■정부가 지난달 과천 경마장과 인근 방첩사령부를 이전해 98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하면서 마사회는 또다시 새 경마장 터를 물색하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천 경마장을 경기도 내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과천 경마장 부지에 짓는 아파트는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만큼 4년 내 경마장 이전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마장은 사행성 조장, 환경오염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세수뿐 아니라 대규모 지역 개발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사회에서 매년 500억 원이 넘는 세수를 챙기는 과천시는 반대하고 있지만 경기도 주요 도시들은 벌써부터 유치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숲 조성 프로젝트로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탈바꿈한 성수동 뚝섬 경마장은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의 단골 방문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전이 결정된 과천 경마장도 서울숲처럼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새 도심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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