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미국 서부 지역을 강타한 화마 속에서도 게티 박물관이 건재할 수 있었던 원인이 주목받은 기사를 접했다. 게티 박물관은 고대 유물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티 박물관이 건재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탁월한 재난 대비 체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게티 박물관은 1974년에 개관했다. 건축적 설계와 탁월한 방화시스템으로 화재에서도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화재에 강한 콘크리트 벽과 기와지붕으로 건축했고 어떤 상황에도 대비 가능한 정교한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구축했다. 화제에서 박물관을 지킬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이었다. 갤러리 간 화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금고형 문도 설치했다고 한다. 건축적 설계와 방화시스템이 게티 박물관을 지킬 수 있었던 거였다.
게티 박물관을 건축한 건축가는 리처드 마이어다. 이 박물관은 건조한 캘리포니아 기후의 특성을 고려해 화재를 방어하기 위해 특별한 설계가 이루어졌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내화성 건축과 트래버틴 석재로 마감한 게 불길을 막은 원인이라고 한다. 발화 가능성이 적은 아카시아 관목과 참나무와 같은 수목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심고 정기적인 점검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게티의 건축과 조경은 초기부터 화재 예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최첨단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장착되었고 100만 갤런(약 379리터) 규모의 자체 물탱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게티 박물관 CEO는 캐서린 플레밍이다. 화재 초기부터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했고 화재 당시 현장에서 직접 지휘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을 마주하며 몇 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과 오버랩되었다. 서울 일대가 홍수로 물바다가 된 와중에 강남 지역 어느 아파트는 홍수를 피해 갈 수 있었다. 뉴스 화면을 통해 전파된 그 아파트의 모습은 생경했다. 물바다가 된 도시는 인명 피해가 불가피했다. 자동차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그 아파트는 안전했다. 이유는 아파트를 설계하고 시공할 때 물을 방지하는 물받이 턱을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거였다. 설계자 한 사람의 판단력과 예지의 힘이 판이한 결과를 가져왔다.
내일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홍수는 벽 하나 사이로 천국과 지옥을 방불케 했다. 재난을 대비한 건축의 설계와 결과는, 삶과 죽음의 차이만큼 간격이 컸다. 설계자는 그 지역의 지리적, 기후적 특성은 물론 자연재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략을 세워 설계하고 대비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재난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돌아볼 일이다. 불가항력적 상황과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한계와 무능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구촌 곳곳에서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어 이전에 없었던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자연재해 앞에서 무엇을 대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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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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