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조기전형의 가장 큰 매력은 조기 합격 가능성과 빠른 결과 확인이다. 그러나 야심 차게 지원한 대학으로부터 12월 중순 ‘합격(Accepted)’이나 ‘불합격(Denied)’ 대신 ‘보류(Deferred)’ 통보를 받은 많은 학생들은 혼란과 실망에 빠진 모습이다. 보류는 지원서를 정시 라운드로 넘겨 다시 심사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류 통보는 학생들에게 적잖은 불안과 동요를 준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결과가 멈춰 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류는 거절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 연구들은 이 시기가 학생의 회복탄력성과 자기 주도성, 적응력을 키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리더십 코치이자 언론인, ‘The Setback Cycle’의 저자인 에이미 쇼엔털은 좌절과 지연의 순간이 오히려 자기 성찰과 전략적 선택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그는 좌절을 “진행 중이던 길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쇼엔털의 프레임은 대학입시에서 보류 결과를 이해하는데도 유용하다. 보류는 학생의 역량에 대한 최종 판단이 아니라, 다시 정비하고 더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몇 년간 많은 대학들이 보류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류의 의미는 대학별로 매우 다르다. 하버드대는 2024년 가을학기 조기전형에서 무려 83.06%를 보류했지만, 예일대는 17%만 보류하고 71%를 불합격 처리했다. 브라운대는 17.8%를 보류했고, 조지타운대는 비합격자를 모두 보류 처리한 후 약 15%를 최종 합격시켰다. 반면 스탠포드대와 밴더빌트대는 “실제 합격 가능성이 있는 학생만 보류”시키는 방침으로 극히 일부만 보류한다.
이처럼 대학마다 기조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보류 후 학생이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트머스처럼 정시 합격률이 5~6%에 불과한 대학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업데이트 자료를 제출하고 12월부터 1월 사이 성적과 활동을 강화하면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청소년기는 정체성 형성과 높은 학업 압박이 겹치는 시기다. 이때의 유예는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학 진학이라는 중요한 전환점 앞에서 결정이 미뤄지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안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구조화된 불확실성은 오히려 결정을 더 명확하게 하고 회복탄력성을 키운다. 쇼엔털은 “좌절 직후 도파민이 떨어지는 순간 뇌는 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쇼엔털이 제시한 4단계 ‘좌절 주기(The Setback Cycle)’ 모델을 입시에 적용하면 보류 기간을 혼란이 아닌 전략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수용(Establish)’이다. 실망을 인정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예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출발점이다. 두 번째는 ‘이해(Embrace)’ 단계다. 보류의 의미와 현재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목표를 대학명보다 진로 중심으로 재정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탐색(Explore)’ 단계다. 성적과 활동을 강화하고 새로운 대학을 탐색한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에 작성하는 에세이가 가장 강력하다는 분석도 있다. 마지막은 ‘도약(Emerge)’ 단계다. 최종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이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더 명확한 자신감과 방향성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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