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이상철(왼쪽) 심장뇌혈관병원장과 오재건 미국 메이요 클리닉 순환기내과 교수가 심전도를 이용한 인공지능(AI) 분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건강검진할 때 누구나 한 번쯤 심전도(ECG) 검사를 받는다. 가슴과 손발에 전극을 붙인 뒤 1분 남짓이면 끝날 정도로 간단하다. 정보량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그간 의료계에서 심장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보조 도구로만 활용해온 심전도 검사가 인공지능(AI)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오재건 미국 메이요 클리닉 순환기내과 교수는“심전도 그래프 속에서 다양한 질병 단서를 찾아내는 AI 기술을 적용해 실제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비후성 심근증,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심방세동, 특정 단백질이 심장에 축적되는 심장 아밀로이드증, 관상동맥에 칼슘이 쌓이는 관상동맥 석회화를 비롯한 12가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심전도나 목소리, 청진음 분석처럼 아주 간단한 AI 검사만으로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지역·국가 간 의료격차의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초대 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 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도 재직 중인 오 교수는 심장 초음파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4일 삼성서울병원과 메이요 클리닉이 공동 개최한‘심방세동, 심부전, 그리고 AI’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인터뷰에는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도 동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심전도 검사가 AI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게 됐습니까.
오재건 교수(이하 오): “예전에는 심전도를 보면 단지 심박 리듬이 어떤지, 혹은 급성 심장마비가 올 것인지 정도만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메이요 클리닉에서 1,000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모아 AI를 학습시킨 결과, 환자가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 5분 안에 12개 질환의 발병 확률을 알 수 있게 됐어요.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서 향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찾아낼 수 있는 거예요.”
이상철 교수(이하 이): “심전도는 워낙 오래전부터 쓰인 간단한 검사라서, 어느 시점부터는 ‘환자가 심장 질환이 있을 수 있다, 없다’ 정도만 가늠하고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던 엄청난 정보들이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신호에 숨어 있었던 겁니다. AI가 그 패턴을 찾아내기 시작하면서 순환기내과 쪽에서 AI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어떤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알 수 있습니까.
오: “현재 심전도로 예측 가능한 질환은 12개예요. 예를 들어 젊은 층 돌연사의 주원인인 비후성 심근증은 평소 증상이 없는데, 심전도 AI 검사로 그 확률이 높게 나오면 그때 심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확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 환자를 찾아내는 거죠. 응급실에 숨이 차서 온 환자들을 신속하게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돼요. 보통 숨이 차서 응급실에 오면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컴퓨터단층촬영(CT)부터 혈액 검사 등 온갖 검사를 다 합니다. 그런데 AI 심전도 분석 결과를 보면 숨이 찬 원인이 심장 쪽인지, 폐 쪽인지, 다른 부분이 문제인지 구분해줘요. 덕분에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어떤 검사와 처치를 해야 할지 결정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목소리나 청진음으로 질환을 분석하는 연구도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오: “아직 진료에 적용하진 않았지만, 환자 목소리가 병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한 AI 분석 연구를 하고 있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환자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게 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진음도 마찬가지예요.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심장 소리의 미세한 변화를 알기 어렵거든요. AI가 그런 소리의 패턴을 포착해 판막 질환인지, 심장근육의 문제인지 알려주는 연구도 메이요 클리닉에서 하고 있어요. 심전도나 목소리, 청진음 분석 같은 아주 간단한 검사만으로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AI 기술이 지역·국가 간 의료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삼성서울병원이나 메이요 클리닉 같은 대형 병원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많지만, 지역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구성이나 진료 환경의 차이로 특정 희소질환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분들이 진료할 때 AI의 분석 결과를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질환의 가능성을 알게 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 “AI 기술이 보편화하면 지역 간은 물론, 국가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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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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