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한국대사관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미 이민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의 조기 귀국을 위한 막판 외교 노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국시간으로 7일(한국시간)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이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태는 대체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 실장이 "국민 여러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인들의 조기 귀국과 관련해 혹시라도 나올 수 있는 미국 측의 추가 요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주미대사관은 휴일인 7일(미시간)에도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한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등 미국의 관계 기관과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외교 당국의 제1의 목표는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시설에서 300명 넘는 한국 근로자들의 구금 상태를 해제하는 것이다.

강 실장의 언급은 이들의 인신 구속을 풀어주는 데는 미국 측과 합의에 성공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여기에는 미 당국의 불법이민자 단속 작전에서 체포된 한국인들이 대부분 허용된 체류 목적 밖의 '취업 및 근로 행위'를 한 혐의 외에, 다른 별건 범죄 혐의를 받지 않고 있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단속이 한국 대미(對美) 투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캠퍼스 내에서 벌어진 만큼 양국간 경제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는 설득이 통한 결과로 보인다.

외교 당국에 남은 과제는 구금된 이들의 신속한 귀국이다.

다만, 구금된 이들이 한국으로 신속히 돌아갈 수 있는 '자진 출국'이나 '강제 출국' 절차를 택하더라도 미국 측이 개개인에 대한 '조사' 과정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를 약식으로 진행하거나 아예 생략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이 조기 귀국에 성공해 전세기 편으로 한국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향후 미국 입국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절차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주미대사관은 미 국무부나 국토안보부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부처 당국자들과 접촉하면서 외교적 설득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행정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미국 측에 조속한 절차 진행을 촉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과도 주미대사관의 업무와 밀접히 연결돼 있을 수 있다.

조 장관이 미국 현지에서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나, 이민 행정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을 만나 구금자들의 조기 귀국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촉진하는 담판을 짓기 전에 해당 부처 당국자들과 사전 조율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