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언론, 연일 분석·해설기사 쏟아내… “문화 현상” 지칭
▶ 미국서도 세대 불문 “노래에 중독됐다”… ‘초통령’ 등극 조짐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미국 언론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할리우드 매체들이 호평하는 리뷰를 싣긴 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고 이후 한동안 관련 기사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필자가 미국 현지에서 보는 구글 뉴스 페이지에서 케데헌 관련 기사가 상위에 올라온 것은 영화가 공개된 지 두 달 만인 이달 20일께부터였다.
미 언론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이 애니메이션의 인기 역주행과 그 배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넷플릭스가 추가적인 홍보 효과를 노리면서 마련한 '싱어롱'(singalong, 따라부르기) 버전 극장 상영 이벤트에, 그동안 넷플릭스 작품을 피해온 북미 극장 1천700여개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언론은 이 케이팝 소재 애니메이션 영화가 일으킨 심상치 않은 돌풍에 주목했다.
미국에서 실제로 이 영화가 얼마나 인기를 얻고 있는지 필자가 직접 체감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주로 미국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을 시청하는 필자의 초등학생 아이가 자신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나타난 케데헌 관련 영상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영상이 한두 번 나타났다면 그냥 보고 넘겼을 텐데, 계속해서 자꾸 올라왔던지 아이는 드디어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앞서 한국 언론의 관심도를 고려해 직업상 이 영화를 봐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차례 훑어본 상태였지만, 아이의 반응을 보고는 함께 제대로 감상해보기로 했다. 다시 보니 중독성 있는 사운드트랙 외에도 이전에 지나쳤던 세심한 연출과 재미있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영화의 만듦새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됐다.
미국 현지 매체 기자들도 필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비슷한 시기에 케데헌에 관한 기사들을 일제히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자녀와 함께 케데헌을 보게 된 미국 부모들이 영화에 더 빠져들어 "중독됐다"고 토로하는 상황을 전하는 기사로 포문을 연 뒤 거의 매일같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또 NYT 영화 평론 담당 기자 마야 필립스는 지난 28일 '비평가의 노트'라는 코너로 이 영화를 극찬하는 글을 실었다.
필립스는 "이 영화가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6∼7번 봤는데, 볼 때마다 생생한 영상미와 중독성 있는 노래들에 매료된다"며 "하지만 이 정도의 관람 횟수는 싱어롱 상영회에서 만난 열성 팬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고 썼다.
필립스는 이 영화의 여러 가지 성공 요인 중에서도 '팬덤' 문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팬(관객)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함께 교감한다는 점을 특히 높게 평가했다.
이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타임지, 포브스, 할리우드리포터, 버라이어티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앞다퉈 케데헌 열풍을 집중 조명하면서 사회 전반에 압도적인 어떤 기류를 지칭하는 말인 "현상"(phenomenon)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 매체들은 현재 미국에서 케데헌의 인기가 디즈니의 '겨울왕국'을 능가할 정도라고 전하고 있다.
철저히 화제성을 중심으로 기사를 편집하는 연예매체 피플지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이들이 보기에 적절할까? 이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기 전에 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피플지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사자 보이스'의 마법 주문에 빠져 있는 듯하다"며 "모든 연령대의 팬들이 극장에서 싱어롱 버전을 관람하고 사운드트랙을 반복 재생할지라도, 부모들은 이 영화가 어린 시청자에게 적합한지 궁금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기사의 본문은 아이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었다. "다수의 전투 장면이 있지만 잔혹한 묘사는 없다", "충격적인 가사나 주제가 없는 사운드트랙은 아이들이 반복 재생하기에 적합한 앨범이다", "성적인 내용은 없으며, 노출 장면은 사자 보이스 멤버의 복근이 잠깐 드러나거나 마지막 목욕탕 장면에서 주인공들의 어깨가 물 위로 드러나는 장면뿐"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또 "데몬(악마)들은 무섭기보다는 못생겼다"면서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마도 걸그룹 헌트릭스의 혹독한 투어와 노래 홍보 스케줄일 것"이라고 지적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현지 언론 반응을 보면 케데헌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케이팝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한 차원 더 높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엊그제는 필자의 아이가 잠들기 전에 '골든' 멜로디를 또 흥얼거리길래 "너희 학교 친구 중에도 이 노래 부르는 애 있어?"고 물었더니 "그러엄~, 학교 전체가 다 알아!"(The whole school knows it)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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