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든 창·로라 루머 등 강경 우파 인사들의 시각 반영했을 가능성
▶ 정상회담 직전 한미관계여론 흔들어 ‘최대 양보’ 얻으려한 것일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2시간반 가량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 이 같은 '돌출 언급'의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며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고 밝힌 뒤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We can't have that and do business there)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상황을 '숙청' 또는 '혁명'이라고 언급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선 이는 한국의 '12·3 비상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에 대한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수사 및 재판에 대한 언급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는 점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에 대한 기업의 고소·고발을 어렵게 하는 등 내용의 법안)과 그에 대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우려 섞인 반응 등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 이 같은 '폭탄 발언'을 내놓은 것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 내 일부 강성 인사들의 인식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일례로 '극우 선동가'로, 백악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로라 루머는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끔찍한 일"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로라 루머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요인들까지 낙마시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또 한국의 탄핵 반대 진영과 소통해온 강경 반중(反中) 성향의 고든 창 변호사는 전날 밤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제발 이재명(대통령)에게 그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해주세요"라며 "한국의 애국자들, 이제는 한덕수를 보호해야 할 때"라고 썼다.
이어 창 변호사는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숙청 또는 혁명'을 언급한 SNS 글에 대한 댓글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대한 로라 루머 등의 부정적 언급이 있었음에도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및 취임 이후 이날 이전까지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보수성향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면서 브라질 사법과 내정에 개입하는 글을 근래 잇달아 올린 바 있지만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이날 전까지 거론한 적이 없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한국과의 관계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폭탄성' SNS 글을 올린 것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시장 개방 및 대미 투자 기금 등과 관련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의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대중에게 한미관계를 걱정하게 함으로써, 모종의 양보를 해서라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판단과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을 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와 내정에 걸쳐 자주 사용해온 '충격과 공포전술'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전술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내정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한미관계와 한국 내 정치 및 여론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주목할 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진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원군'으로 활용하려 할 경우, 앞으로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론통합 등에 '트럼프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협상 전술 차원에서 일회성으로 '폭탄성' SNS 글을 올린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지속해서 유사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인지 여부가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