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원산 일주일 비용 280만원
▶ “텅 빈 해변 즐기고 극진한 대접”
▶ 와이파이 10분 이용료 2400원
▶ 화성-17 ICBM 모형 기념품도

북한 노동신문은 갈마관광지구 개장을 알리며 세상에 없는 황홀한 관광 명소라고 선전했다. [로이터]
“북한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머물며 일주일간 여름 휴가를 즐기는 비용은 약 2,000달러(약 280만 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점사업으로 알려진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 13명을 취재해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은 원산 명사십리 해변 일대에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해수욕장, 오락시설을 갖춘 해안관광지구를 조성해 지난달 1일 개장했다. 지난달 외국인 중 처음으로 갈마지구를 방문한 러시아인들은 1인당 관광비용으로 북한 당국에 1,400달러(195만 원), 러시아 여행사에 3만5,000루블(60만 원)을 지불했다. 여기에는 식사, 항공료 등 교통비가 포함됐으며 간식, 기타 비용, 추가 여가 활동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 관광객들은 평양에서 사흘을 보낸 뒤 기차로 갈마지구에 도착했다. 이들은 원산 해변의 맑은 바닷물과 모래사장의 풍경에 감탄했지만 이상한 점도 발견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온 아나스타냐 삼소노바(33)는 “해변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며 “리조트 손님이 우리뿐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리조트에서 준비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음악 스피커를 요청하거나, 발코니에 야외의자를 가져다달라는 요구도 즉각 이뤄졌다. 삼소노바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광객들에 따르면 갈마지구 내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미국 달러와 유로, 중국 위안화로 예치금을 준비해야 했다. 지불은 계산대에서 전자팔찌를 찍으면 예치금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맥주 1병은 60센트(약 830원), 얼굴 마사지는 15달러(약 2만1,000원), 10분간의 와이파이 이용료는 1.70달러(약 2,400원)였다. 제트스키와 사륜 바이크 비용은 무료였다. 기념품으로 전시된 북한의 화성-17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플라스틱 모형은 465달러(약 65만 원)에 판매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다리아 줍코바(35)는 “모든 게 완전히 새것”이라며 “냄새마저도 새것 같았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은 운영상 미흡한 부분도 지적했다. 호텔 직원들이 방문 앞에 걸린 ‘방해 금지’를 상관하지 않고 청소를 이유로 들어오거나, 샤워하려고 보일러 온도를 높여 놓으면 직원이 들어와 낮췄다. 평양에서 갈마지구로 가는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돼 열차를 차고 10시간이나 걸려 이동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통편이 갑자기 바뀐 이유를 당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갈마지구 방문 일정과 겹친 탓이라고 추정했다. 북한 측은 이에 1인당 200달러(약 27만8,000원)를 환불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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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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