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곳곳에서 그린 슈트(Green Shoots)가 분명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미 CBS방송의 심층 보도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공포 심리가 잦아들고 증시가 반등하는 희망의 시점을 비유한 표현이다. 그린 슈트는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땅을 뚫고 가장 먼저 올라오는 봄 새싹으로 경기회복의 가장 이른 신호를 뜻한다.
■장기간 부진했던 국내 경기에도 마침내 봄기운이 돌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102.7을 기록하며 무려 4년 만에 긍정으로 돌아섰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수출 품목의 선전이 기업들의 심리를 크게 개선한 결과다. 경기에 선행하는 종합주가지수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쌍끌이에 힘입어 전인미답의 6000 시대를 열었다. 경제는 심리라는 점에서 BSI 전망치와 주가 호조는 분명 반가운 희망의 신호다.
■다만 경기 전체를 낙관하기에는 밑바닥의 체감경기지표가 여전히 부진하다. 경기선행지표가 만들어내는 그린 슈트에 매몰돼 성급한 낙관론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기업과 수출 기업이 환호하는 동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장기화와 내수 부진의 여파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양극화되는 ‘K자형 성장’의 뼈아픈 단면이다.
■내수의 튼튼한 뒷받침 없이 수출로 버티는 외끌이 성장만으로는 결코 바닥의 체감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경기선행지표에 대한 안도가 아니라 경기의 온기가 아랫목까지 구석구석 퍼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다. 수출과 내수라는 두 바퀴가 균형을 맞추고 함께 굴러갈 때 우리 경제도 비로소 경기회복의 궤도에 안착할 수 있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김정곤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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