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O 맥스 영화 ‘렛 뎀 올 토크’
▶ 각자 욕망에 따라 오해ㆍ갈등 빚어

앨리스(메릴 스트립)는 조카 타일러(루카스 헤지스)를 크루즈 여행에 초대해 비서 역할을 맡긴다. [HBO맥스 제공]
미국 유명 작가 앨리스(메릴 스트립)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작가로서 가장 영예로운 상을 받기 위해 영국을 가야 하나 비행기를 탈 수 없다. 출판사 편집자 카렌(제마 챈)은 꾀를 낸다. 크루즈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라고 권한다. 앨리스는 3명을 동반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카와 대학 친구 2명이 배에 오른다. 기이하게도 앨리스는 두 친구와 30년 넘게 만난 적이 없다.
앨리스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친구 로버타(캔디스 버건)와 수전(다이앤 위스트)을 오랜 시간 만나지 않은 걸까. 작가로서 바삐 살다 보니 친구들을 챙길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걸까. 친구 로버타와 수전은 왜 30년 넘게 왕래가 없던 앨리스의 초청을 기꺼이 받아들였을까. 큰돈이 필요한 크루즈 여행을 공짜로 즐길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앨리스와의 우정을 되살리고 싶어서일까.
앨리스는 배를 탄 후에도 까다롭게 군다. 자신은 다음 소설 작업을 위해 친구들에게 점심·저녁때나 만날 수 있다고 통보한다. 조카 타일러(루카스 헤지스)에게는 비서 역할을 바란다.
흥미로운 건 로버타의 반응이다. 그는 앨리스가 술 한잔하자고 제안하자 단번에 거절한다. 로버타는 왜 배에 탄 것일까. 로버타는 앨리스를 원망하며 살아왔다. 앨리스가 자신의 사연을 소설 소재로 써 이혼을 당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게 됐다고 믿는다. 소설 때문에 자신은 속옷가게 점원으로 살게 된 반면 앨리스는 명성과 부를 누린다고 본다. 수전은 로버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정말 앨리스는 로버타의 삶을 동의 없이 소설로 썼을까.
크루즈에는 카렌이 비밀리에 타기도 한다. 그는 앨리스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앨리스가 싫어할까 봐 타일러를 몰래 만나 앨리스의 하루하루를 묻는다. 타일러는 고모 앨리스를 관찰하다 의문이 생긴다. 매일 아침 한 중년 남성이 고모의 방에서 나와서다. 우아와 경건, 품격을 중시하는 듯한 고모가 밀애를 나누는 걸까. “나를 살아있게 하는 존재”라는 앨리스의 야릇한 표현이 의심을 증폭시킨다.
113분 동안 특별한 사건사고는 없다. 앨리스와 로버타의 갈등은 싱겁게 끝이 난다. 눈을 사로잡는 건 섬세한 연출과 빼어난 연기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재치 어린 대사와 흥미로운 상황 설정으로 인물들의 심리와 인간관계를 파고든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다. 콧대 높은 유명 작가 앨리스만 그런 게 아니다. 로버타도 수전도 카렌도 타일러도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각자 욕망에 따라 오해와 억측이 이어지고 갈등이 빚어진다고 영화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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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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