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F1 더 무비’
▶ 세계 최고 자동차경주대회 F1 소재
▶ 실제 경주장 배경 실감 넘치는 촬영
▶ 사랑과 우정 교차 속 청량감 가득

소니(오른쪽)는 F1팀에 합류하나 젊은 유망주 조슈아와 갈등을 빚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퇴락한 한 중년남자가 스크린 중심에 선다. 재능은 있으나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를 돕는다.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정을 나누며 서로 성장과 꿈을 이뤄간다. 달콤한 중년의 사랑이 끼어들기도 한다. 상투적이고 상투적이다. 그런데도 눈길이 간다. 155분이 빠르게 흐른다. 트랙을 내달리는 경주차가 시선을 잡고, 엔진 굉음과 타이어와 트랙이 만들어내는 마찰음이 귓전을 자극한다. ‘F1 더 무비’는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영화다.
주인공은 소니(브래드 피트)다. 그는 한때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의 유망주였다. 젊은 시절 사고로 꿈을 접은 그는 돈도 명예도 개의치 않는다. 그저 차로 경주할 수 있다면 어느 대회든 참가한다. 타고난 운전 실력을 지닌 그는 어느 곳에서든 환대 받으며 떠돌이 생활에 만족한다. 그런 그에게 오랜 친구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온다. F1 팀을 운영 중인 루벤은 성적 부진으로 쫓겨날 신세다. 루벤은 젊은 유망주를 이끌며 팀을 재건해 달라고 소니에게 요청한다.
초반에는 시련과 갈등이 이어진다. 좋은 성적을 내 팀을 상위권으로 올리고 루벤의 자리를 지켜주기에는 난관이 많다. 소니는 젊은 유망주 조슈아(댐슨 이드리스)와 매사 신경전을 벌인다. 경주차에 문제가 있기도 하다. 소니는 차량 총괄 담당인 케이트(케리 콘돈)에게 호감을 보이나 케이트는 냉랭하다. 일도 사랑도 풀리지 않는다. 소니는 노련미와 경험을 바탕으로 팀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다. 팀이 최하위권을 벗어나 상위권에 진입할 무렵 사고가 나고 음모가 끼어든다.
F1 경주가 펼쳐지는 세계 곳곳의 경주장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영국과 헝가리, 네덜란드, 일본, 벨기에, 아랍에이미리트연합 등 경주가 열리는 기간에 촬영해 화면 가득 생동감이 넘친다. 배우들은 특수 제작된 경주차를 타고 촬영에 임했다. 시속 3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량으로 총 1만 km를 주행했다고 한다.
메가폰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잡았다. ‘오블리비언’(2013)과 ‘탑건: 매버릭’(2022)을 연출했던 이다. 그는 ‘F1 더 무비’를 지상판 ‘탑건’처럼 만들어낸다. 전투기 대신 경주차가, 조종사 대신 경주차 선수가 스크린을 장식한다. 경주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하기 위해 경주차 15대에 다각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다. 코신스키 감독은 “저희는 F1 중계에서도 잡아내지 못하는 장면들을 잡아냈다”며 “관객이 F1 대회에서 느끼는 속도감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가 표현하려는 건 승부 세계의 냉혹함도, 사랑의 달콤함도, 우승의 짜릿함도, 사나이들 우정의 강렬함도 아니다. 그저 달리는 걸 존재 이유로 삼고 이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낭만이다. 브래드 피트는 그 낭만을 온전히 스크린에 구현해 낸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늘 고민하면서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소니의 질주는 청량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극장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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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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