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주택가 중국인 매매 급감
▶ 관세·불확실성 투자 심리 위축
▶ 미국 ‘안전 투자처’ 인식은 여전

미·중 무역 갈등의 불똥이 가주 주택 시장에도 떨어지고 있다. 고급 주택가를 중심으로 중국인 투자 규모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인해 가주 부동산 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작년부터 고급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계 투자 자금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중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유입이 당분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북가주 실리콘밸리와 남가주 LA 등 중국인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위축 현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가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정치·외교적 긴장이 경제 분야로 번지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가주 주택 시장을 진단했다.
▲ 중국인 선호 지역 투자 급감중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던 가주, 플로리다, 뉴욕 등에서 중국인 투자 감소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가주의 경우 미국 내 전체 중국인 주택 거래의 약 25%를 차지할 만큼 중국인 선호 지역이었던 만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자료(2023년 3월~2024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투자자들의 미국 주택 구매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 부호들의 ‘핫 플레이스’로 꼽혔던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 쿠퍼티노, 남가주 샌게이브리얼밸리, 팔로스버디스 등지에서의 중국인 투자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토런스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 업체 컴파스 소속 매기 딩 에이전트는 “중국인들의 투자가 이미 수년 전부터 둔화되는 가운데, 관세 문제와 각종 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며 “‘지금 시점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고민하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라고 최근 가속화된 중국인 투자 감소 현상을 전했다.
▲ 남가주 유명 대학 인근도 영향미중 간 외교 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 부동산 투자는 물론 미국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직접 투자 감소는 물론, 중국계 유학생과 전문직 종사자들의 유입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으로 실리콘밸리 등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NAR도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국 내 경기 둔화, 미국 내 비자 발급 규제 강화, 중국 정부 외환 반출 제한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중국인 미국 부동산 투자 감소가 관세 전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 출신으로 베벌리힐스에 거주하는 리사 치앙 씨는 “미·중 간의 정서적 거리감도 가주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며 “요즘은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에 오는 것도 어려워졌고 졸업 후 체류하거나 취업비자를 받는 일도 점점 힘들어져 미국 내 취업과 네트워크 형성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학 유학생 자녀를 둔 중국인 부모들의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베벌리힐스 소재 콜드웰 뱅커 리얼티 소속 조이스 레이 에이전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USC, UCLA 등 남가주 대학 유학생 자녀를 둔 중국 부모들이 인근 부동산 구매를 적극 고려했다”며 “구매한 주택은 자녀 유학 기간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졸업 후에는 임대 주택으로 전환해 투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그런 추세를 찾기 힘들다”고 달라진 중국인 투자 환경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경제와 외교 상황이 안정되면 중국인 투자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
▲ 외국인 중 지출 규모 가장 커외국인 부동산 구매자들은 일반 미국인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계 투자자들의 구매 규모가 가장 크다. NAR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 본토, 홍콩, 대만 출신 바이어들은 주택 한 채당 평균 지출 규모는 약 13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 중 가장 높았다.
가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주택 구매 활동이 둔화됐지만, 그나마 시장에 남아 있는 주택 수요 대부분은 미국 내 거주 중인 중국인 수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팔로알토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에이미 웡 에이전트는 “현재 시장에서 활동 중국인 바이어들은 여전히 강한 매수 의지를 보인다”라며 “이 지역 첨단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중국인들의 주택 구매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 ‘그래도 믿을 곳은 미국 부동산’ 인식 여전아직까지는 중국계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는 등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계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히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국 부동산을 ‘안정 자산’으로 보고 투자를 고려하는 중국인도 적지 않다. 일부 중국인들은 미국 생활을 마친 후 귀국했지만 미국 내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도 많다.
켈러 윌리엄스 아케이디아 지점의 애나 왕 에이전트는 “현재 상황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경제와 외교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며 “중국인들 사이에서 장기적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여전히 많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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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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