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치러진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은 그 자신과 그를 지지한 국민들에게는 큰 영광과 기쁨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분위기에 취해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중증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윤석열의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는 끝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사회는 정치적인 갈등으로 갈가리 찢겨져 있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덕목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정치가 가치관의 혼란과 타락을 초래한 시기에는 지도자의 도덕적 품성이 우선시되기도 하고, 극심한 분열의 시대에는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되기도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치관이 혼탁하고 국민들의 갈등 수위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가경제의 추락을 막고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을 되살리는 일이다. 국민들의 삶에서 먹고 사는 문제만큼 시급한 과제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2,500년 전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공자는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 요체라고 말했다. 경제와 군사,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정치의 전부라고 표현한 것인데 이 말은 지금도 지당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라가 편안해지면 국민들의 신뢰는 저절로 생겨나게 돼 있다. 그러면서 사회·정치적 갈등도 완화돼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은 캠페인 내내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표어로 내세우며 “대통령의 무능은 국민에게 재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비판이자 자신은 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이재명에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달라며 최고 권력을 위임했다.

정치학자인 일레인 카마르크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실행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거나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기 때문에 아니라 실행 능력이 뛰어나야 좋은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유능함을 보여야 뛰어난 대통령이지, 도덕적으로 순수하거나 깨끗하다고 좋은 대통령은 아니라는 일침이다.

그러면서 그가 든 사례는 오바마이다. 2014년 오바마는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당시 오바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꼽아보라는 퓨리서치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좋은’(good)과 ‘무능한’(incompetent)이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평가에 해당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개인적 품성에 대한 전반적 호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민들이 쥐어 준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갖고도 검찰 권력을 개혁하는 데 실패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실패의 후과는 윤석열이라는 무도한 권력의 탄생을 통해 지금까지 지속돼 왔다.

유능함은 어느 시대에나 국민들이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덕목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만큼 이것이 절실히 요구된 시대는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재명을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갈 최고 책임자로 선택한 것은 바로 이런 간절한 바람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일머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아무쪼록 그가 국가를 경영하고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헤아리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식견과 실행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