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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월레스는 집안일을 도와줄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낸다. 그는 기뻐하나 그로밋은 탐탁지 않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늘 함께하던 소파에 AI로봇이 끼어들어서다.[넷플릭스 제공]
월레스는 발명가다. 엉뚱한 발명에 미쳐 있다. 기상부터 아침식사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집 안에 갖춰 놓고 살 정도다. 그가 만든 발명품들은 하자가 있어 뒤탈이 꼭 따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월레스의 허점을 메워 주는 건 똑똑한 반려견 그로밋이다. 그는 묵묵히 충실하게 월레스를 돕고 지킨다.
월레스의 새 발명품은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정원 가꾸기 등 집안일을 척척 해낸다. 로봇은 정원 장식용 요정 석상 ‘놈’(Gnome)을 빼닮았다. 월레스는 로봇에 ‘노봇’이라는 애칭까지 붙여 주며 애정을 나타낸다. 월레스의 영원한 친구라 생각했던 그로밋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노봇은 금세 화제를 모은다. 집안일을 맡기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방송에 보도된 노봇과 월레스의 모습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유심히 바라보는 이가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 때문에 잡혀 동물원에 갇힌 펭귄 악당 페더스다. 대범하고 냉정하며 두뇌가 비상한 페더스는 ‘탈옥’과 더불어 복수를 꾀한다.
노봇은 단점을 지니고 있다. 충전될 때 괴이한 소리를 내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로밋은 가뜩이나 못마땅한 노봇을 한밤중 지하 작업실로 옮겨 놓는다. 페더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원격 조종으로 노봇의 기능을 바꿔 놓는다. 페더스는 노봇 수십 대를 대량 생산하고 모두 자신을 따르도록 만든다.
노봇과 페더스의 결합은 AI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 AI에 대한 경고로 읽힐 만하다. 하지만 이 정도 메시지는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메시지 전달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재치와 유머 어린 이야기로 AI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들춘다. 기발하면서도 웃기고 따스하다.
월레스와 그로밋은 단짝을 넘어 서로에게 한몸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영하듯 월레스는 그로밋에게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발명한 물건의 ‘위대함’에만 취해 발명품의 결점을 잘 보지 못하듯이.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그로밋의 소중함을 안다. 물론 월레스의 그런 취약점 때문에 그로밋의 존재 이유는 커진다.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늘 그렇듯 영화는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마무리된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각자의 이니셜 ‘W’와 ‘G’가 크게 새겨진 머그잔으로 건배를 하는 장면은 여전히 마음에 물결을 일으킨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모든 일을 깔끔히 처리해 준다 해도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게 있다. 언제나 함께해 주는 누군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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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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