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8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대서양선언을 발표하기 위해 영국 군함 ‘프린스오브웨일스’호에 승선한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의 복장에 참석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양복이나 영국 군복 차림이 아니라 영국 등대 관리 기관인 ‘트리니티 하우스(Trinity House)’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구의 원로회의 멤버였던 처칠 총리는 각종 행사에 트리니티 하우스 제복과 모자를 자주 착용하고 나타났다.
트리니티 하우스는 영국·웨일스·지브롤터 등 영국령 해역의 등대 및 부표 등을 관리·운영하는 기관이다. 1514년 영국 왕 헨리 8세 때 왕실 헌장에 의해 설립됐다. 이름은 그리스도교 정신인 ‘삼위일체’에서 따왔는데 본부 건물은 런던의 타워힐 지역에 있다. 트리니티 하우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활약으로 명성을 얻었다. 1944년 6월 노르망디상륙작전 당시 연합군 상륙함의 안전한 경로를 표시하기 위해 70여 개의 조명 부표와 2개의 등대선(船)을 설치해 작전 성공에 일조했다. 1940년 ‘댕케르크 철수 작전’ 당시에도 등대선 등을 동원해 연합군들이 영국으로 퇴각하는 데 힘을 보탰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23일 런던 트리니티 하우스에서 양국 간의 첫 방위 협정인 ‘트리니티 하우스 조약’에 서명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서 협력해왔지만 별도의 방위조약까지 맺은 것은 처음이다. 조약의 내용은 무기 공동 생산, 합동 군사훈련 강화 등이다. 독일 방산 업체 라인메탈이 영국에 공장을 세우고 대포용 포신을 생산하는 것도 포함됐다.
영독 국방장관은 조약 체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는 잠재적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세계대전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영국과 독일이 안보를 위해 손을 잡을 정도로 러시아·중국·북한의 위협이 노골화하고 있다. 글로벌 신냉전 속에서 안보와 국익을 지키려면 우리 힘을 키우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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