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화요일’이 끝나고 이미 예상했던 대로 올해 대선은 ‘바이든 대 트럼프’의 재대결이 확실해졌다. 역대급으로 재미없는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했고 흥행도 참패했다. 오는 11월 대선까지 8개월이나 남았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반응도 있다.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현재의 미국 정치에 지쳐있다고 답했으며 몬머스대 조사에 따르면 불과 40%만이 이번 대선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적 위기에 지쳤다(burnout)”고 보도했다.
2020년 대선이 반복되면서 올해 대선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지루한 선거가 됐고 이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결국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모술수, 몰염치와 거짓말이 난무하고,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여론을 양분시키며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정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야기할 뿐이다.
제어드 맥도널드 메리워싱턴대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를 우려하며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를 경멸하고 마땅히 국가가 추구해야할 정책에 있어서도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으르렁거리는 짐승과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다수의 중도층은 이들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토론은 사라지고 목소리 큰 사람들의 시끄러운 불협화음만 들릴 뿐이다.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들은 기성세대만큼 인내심도 없고 자리만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기성 정치인들을 환멸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밝히는 것을 꺼리는 세대로, 스스로를 무소속이라고 밝히면서 정작 투표는 하지 않는다. 찍을 사람도 없는데 굳이 투표소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도 있고 비판도 하지만 투표는 하지 않는다. ‘정치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던 그리스 철학자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들의 무관심은 민주주의 위기, 최악의 정치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깨어있는 시민의 마지막 보루가 아닌가.
정치적으로 양분된 사회에서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기가 됐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회사나 교회에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면 갈등만 깊어지고 결국 관계는 깨지게 된다. 그렇게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대화를 하다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대화와 토론이 사라진, 끼리끼리 패거리 정치만 난무한 세상은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꼴 보기 싫고, 그런 정치인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는 정치인도 별로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고독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면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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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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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든 나라 회사가 어러울때일수록 정신만 차린다면 그래도 살아가는데 남부다는 준비한자세로 잘 지낼수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