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1920년대 헝가리에서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천재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줄줄이 태어났다. 핵분열 연쇄반응을 발견해 원자탄 개발의 초석을 놓은 레오 실라르드,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 현대 컴퓨터의 기초 원리를 만든 존 폰노이만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얼베르트 센트죄르지(1937년 생리의학상), 게오르크 헤베시(1943년 화학상), 게오르크 폰베케시(1961년 생리의학상), 유진 위그너(1963년 물리학상), 데니스 가보르(1971년 물리학상), 조지 앤드루 올라(1994년 화학상), 존 허샤니(1994년 경제학상) 등 7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이 당시 헝가리에서 출생했다.
헝가리에서 특정 세대에 태어난 인재들이 노벨상을 연거푸 받자 세계 과학계에서는 ‘헝가리 현상’이라고 불렀다. 헝가리 현상은 특정 시기·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소장(물리학상), 커털린 커리코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생리의학상) 등 헝가리 출신 과학자 2명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헝가리 현상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유럽 중앙의 동부에 있는 헝가리는 인구 1,000만 명 남짓에 우리나라(남한) 정도의 면적을 가진 국가다. 나라가 크지 않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올해 2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에 달한다. 인도(11명), 중국(8명) 등 인구 대국보다도 더 많은 숫자다. 노벨상 수상자 출신 국가별 순위도 세계 14위다.
헝가리가 과학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토대는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정답보다는 풀이 과정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이다. 지금도 헝가리는 의학·수학·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이 발달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헝가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면서 창의적인 교육 전통이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 경쟁력이 기초과학의 수준에 달려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기초과학의 현주소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초과학을 집중 육성하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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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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