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까지 오스만튀르크와 크게 여섯 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가 흑해와 발칸반도·캅카스로 진출하려는 끈질긴 동방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1828~1829년 제4차 전쟁으로 러시아는 다뉴브강 하류와 흑해 동쪽, 오스만튀르크의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자유 항행권을 획득했다. 러시아는 흑해 동쪽에 만을 이루고 있는 지역 일대를 ‘노보로시스크’로 이름 짓고 이곳에 수많은 요새를 만들고 무역항을 개발했다. 이곳이 현재 러시아의 석유·곡물 수출 항만으로 운영되는 노보로시스크항(港)이다.
노보로시스크는 ‘새로운 러시아의 도시’라는 뜻을 갖고 있다. 18세기 후반 예카테리나 2세가 크림칸국을 몰아내고 차지한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노보로시야(새로운 러시아)’에 이어 얻은 파생물이라는 의미로 명명됐다. 이 일대는 흑해의 해상 요충지로 인식돼 고대 때부터 쟁탈전이 수없이 벌어졌다. 그리스·로마·비잔틴제국·유목민·영국·오스만튀르크·러시아·독일·소련 등이 차례로 장악했다. 현재 노보로시스크항에서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원유가 하루 평균 180만 배럴 수출된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한다. 원유 외에도 곡물 등 러시아 전체 해상 무역의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과 더불어 러시아 흑해함대의 주요 기지가 있는 부동항이다.
우크라이나가 3일 해상 드론으로 노보로시스크항 근처의 러시아 흑해함대 상륙함을 타격해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또 4일에는 노보로시스크항 북쪽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에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 지역 등을 타격했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하고 흑해와 다뉴브강 일대 우크라이나 곡물항을 잇따라 공습하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물류 거점 노보로시스크항 일대 선박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 이에 러시아가 다시 보복하면서 전선이 흑해 해상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화로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한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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