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브라질 화폐가치 10% ↑ 달러 약세전망에 글로벌 자금 탈출
▶ 통화변동률 작은 신흥국으로 유입 신뢰잃은 러·튀르키예는 시장 외면
■ 글로벌 자금이동 대격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국제금융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킹달러’였다.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로 글로벌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3월 미국이 금리 인상까지 시작하자 6개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21년 초 89에서 지난해 9월 114까지 급등했다.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국이 고금리로 높은 이율까지 쳐주자 글로벌 자금의 물줄기는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향했고 파키스탄 등 일부 개발도상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달러인덱스가 꼭짓점을 찍은 지난해 9월에 비해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에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분석과 함께 달러 약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며 글로벌 자금은 이제 미국 달러를 팔고 고금리와 미래가 유망한 신흥국으로 급속하게 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나라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를 주는 나라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달러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기준금리가 11%에 달하는(3개월 기준) 멕시코 페소화의 경우 올 들어 달러 대비 화폐가치가 16.6%나 뛰었다. 멕시코와 비슷하게 3개월 기준금리가 11%대인 헝가리의 포린트 가치도 10% 이상 상승했고 역시 3개월 금리가 10%를 넘는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 역시 10% 가까이 뛰었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점도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북미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IRA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50억~100억 달러를 들여 멕시코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보이며 BMW도 8억 유로를 투자해 멕시코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산업에 쓰일 자원을 많이 보유한 신흥국에도 돈이 집중되는 추세다. 니켈의 세계 최대 매장·생산국이자 구리 등의 매장량도 풍부한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가치는 달러 대비 올 들어 약 4% 상승했다.
이는 미국 달러화와 신흥국 간 금리 차와 환차익을 기대한 움직임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년 기준 5.0~5.25%인 반면 멕시코 등 신흥국은 두 자릿수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캐리 트레이드의 환경이 조성돼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크게 둔화하면서 미국이 연내 한 번 정도만 금리를 올리고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커지고 있다. 반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미국보다 오래 금리 인상 사이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달러 약세가 점쳐지고 있다. 실제 달러인덱스는 최근 100 내외에서 움직이며 지난해 3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그대로 들고 있는 것은 손해이므로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주는 신흥국 화폐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흥국 통화의 예상 변동률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는 이유로 진단했다. 신흥국이 아무리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통화가치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JP모건의 신흥국 통화 예상 변동률은 2020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글로벌 자금이 모든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유망하지 않은 나라는 외면하며 옥석 가리기를 하고 있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에도 되레 금리를 인하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튀르키예의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30% 넘게 폭락했다. 물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33.9%,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도 18.5%나 급락했다. 닛케이는 “정치나 경제가 불안정한 나라의 통화는 기준금리가 높아도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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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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