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 간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약한 경제적 고리를 파고들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하원에 이어 8일 국무장관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을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중국의 고속 성장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과 더불어 WTO 개도국 지위에 힘입은 바가 컸다. WTO의 개도국은 관세·수출 등에서 150여 개에 이르는 우대 조항을 인정받는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발전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의 국영 기업 보조금 지급, 인위적인 환율 조작, 비관세 장벽, 기술 탈취 등은 2001년 WTO 가입 당시 약속했던 ‘시장주의적 접근법’과 배치되는 것이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건설,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등 공격적인 팽창 정책으로 ‘중화제국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자신을 위협하는 신흥 강대국이 아직도 개도국 지위의 ‘단물’을 빨고 있다니 화가 날만하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는 미국이 실현되기도 어려운 중국의 개도국 지위 박탈 카드를 왜 들고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 WTO의 의사결정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있으므로 미국이 압력을 넣어봐야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에 대해 고도의 국제사회 여론전이라고 진단한다. 중국이 무역 질서를 위반해가며 다른 나라의 부를 약탈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에 맞서 다른 개도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중 경제가 상호 보완 관계에서 점차 경쟁 관계로 전환하고 있는 탓이다. 이제 한중 동반 성장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형욱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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