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프리랜서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스티브 로버츠는 사무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면서 일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1991년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기 8년 전인 1983년의 일이다. 휴대용 컴퓨터와 태양광 충전 시스템 등을 장착한 자전거로 여행길에 오른 로버츠는 미국 전역을 누비며 기사를 쓰고 공중전화로 송고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노마드’로 불리게 된 계기다.
디지털 노마드는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해 여러 나라와 지역을 떠돌며 자유롭게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확산과 함께 급증했는데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웹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약 3,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최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전용 비자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 등 세계 69개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최장 9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데 통상 한 곳에 3~6개월간 체류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해 일반 취업 비자와 달리 발급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별도의 비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페인도 최근 최장 5년까지 체류가 가능한 원격 근무 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여행 정보 사이트 비자가이드월드에 따르면 독일·스페인·노르웨이·멕시코·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는 나라는 41곳에 달한다. 포르투갈·크로아티아 등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마을까지 조성했다.
각국이 디지털 노마드 모시기에 나선 것은 경제적 이유에서다. 외국인 장기 체류는 관광수입에 크게 기여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디지털 노마드가 일으키는 연간 글로벌 소비 규모는 7,87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급 IT 인재 유입이 자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내수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노마드 비자’ 신설 방침을 밝혔다. 치열한 디지털 노마드 유치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관련 제도를 서둘러 정비하고 더욱 매력적인 나라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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