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5천600여건·국정원 50여건 첩보 삭제 파악…서훈 계속 수사
▶ 故이대준씨, 자진 월북 아닌 실족 잠정 결론

‘서해 피격 첩보 삭제’ 박지원·서욱 불구속 기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첩보 삭제 지시 혐의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실족해 바다에 빠졌다가 조류에 의해 사고 지점까지 표류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29일(이하 한국시간)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등손상·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서 전 장관도 불구속기소 했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에 동조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보고서를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도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에 따라 국방부 직원 등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허위 발표 자료를 작성해 배부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에서 삭제된 첩보나 보고서는 50여건, 서 전 장관 지시로 국방부나 예하 부대에서 삭제된 자료는 중복 문건을 포함해 총 5천600여건으로 파악했다. 중복 문건이 추가되면서 감사원이 밝혀낸 삭제 규모보다 훨씬 많아졌다.
서 전 실장 등은 그간 '보안 유지' 지시를 했을 뿐 첩보 삭제 지시를 내리거나 '월북 몰이'를 한 게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처한 대내외 상황, 사건 초반 정부의 대응을 고려하면 보안 유지를 명분으로 이씨의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국가안보실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이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피격·사망한 사실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월북 몰이'를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해달라'는 취지의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앞둔 점도 서 전 실장 등이 사건 은폐에 나선 배경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피격 사실이 공개되면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보안 유지' 지시를 내린 서 전 실장의 첩보 삭제 혐의는 추가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건의 최종 승인자를 자처한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아직 어떤 방식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선 서 전 실장을 최종 책임자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사망한 이씨의 경우 자진 월북을 위해 배에서 스스로 이탈한 게 아니라 실족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가 실제 월북할 의도였다면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구명조끼나 여러 수영 장비들을 챙겨갔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를 종합하면 보안 유지라는 미명 하에 피격·소각 등에 대한 진상을 은폐할 필요가 있었고, 나아가 이씨가 자진해 월북하다가 피격 사망한 것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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