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 슬리프’(The Big Sleep·1946) ★★★★½ (5개 만점)

사립탐정 말로와 그를 고용한 거부의 딸 비비안은 사랑에 빠진다.
범죄소설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의 글을 원작으로 하워드 혹스가 감독한 걸작 필름 느와르로 플롯이 매우 복잡하나 흥미진진한 영화다. 각본을 쓴 사람들 중 하나는 유명한 작가 윌리엄 포크너다. 특히 주인공 사립탐정 필립 말로 역의 험프리 보가트와 그를 고용한 거부의 딸 비비안 역의 로렌 바콜 간에 오가는 대사에서 짜릿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보가트와 바콜은 부부였다.
말로가 한 거부에게 고용돼 그로부터 왜 자기 딸 카르멘이 건달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지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이 거부의 실제 목적은 말로로 하여금 행방불명된 자기 친구를 찾게 하려는데 있다.
말로가 협박자의 집을 찾아갔을 때 협박자는 총에 맞아 살해됐고 그 옆에 카르멘이 약물에 취해 앉아 있다. 말로가 카르멘을 거부의 집으로 데려가면서 카르멘의 언니 비비안을 만나게 되는데 둘은 만나자 마자 독기가 서린 말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잇달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여섯 건의 살인사건과 여자 색정광, 포르노 사진 및 약물중독과 도박 그리고 정신병 등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절묘하게 엮어 묘사한 신선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각본은 할리웃이 산출한 최고의 것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내용이 하도 복잡해 혹스와 심지어 작가인 챈들러조차 살인범의 정체를 모르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작품 중 일어나는 매번의 살인사건은 모두 다른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며 그 살인범은 또 다른 살인자에 의해 살해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아두면 작품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챈들러의 사립탐정 말로 역은 영화에서 보가트 외에도 로버트 몬고메리, 딕 파웰, 제임스 가너와 로버트 미첨 및 엘리옷 굴드 등 여러 배우들에 의해 스크린에 재생됐지만 보가트 만큼 말로 역을 손쉽고도 효과적으로 처리해낸 배우도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미스터리와 갑작스런 폭력 그리고 다양한 특색을 지닌 인물들로 가득한 필름 느와르로 할리웃이 황금기에 내놓은 불후의 걸작이다. ‘빅 슬리프’는 1978년에 로버트 미첨과 제임스 스튜어트 및 새라 마일스 등이 나온 산판으로 만들어졌지만 보가트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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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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