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는 만물에 ‘고유의 목적’ 내지 ‘최종 목표’에 해당하는 ‘텔로스(Telos)’가 있다고 봤다. 가령 전쟁에선 ‘승리’, 사업에선 ‘부의 창조’가 텔로스라는 것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의 텔로스는 ‘정의 구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선을 추구하려고 한 것 같다.
미국의 억만장자 마크 로어가 그리스 철학 용어에서 이름을 딴 이상적인 신도시 ‘텔로사(Telosa)’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4,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사막 지역에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으로 인구 5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꿈의 대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건축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 주민이 직장과 학교·편의시설에 손쉽게 접근하는 ‘15분 도시’ 등을 표방했다. 의사결정과 예산 수립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토지는 공동 소유한다는 아이디어도 담았다. 로어가 올 초 월마트 전자상거래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TV에 출연해 밝힌 ‘미래도시 건설’ 구상을 구체화한 셈이다.
로어는 회원제 온라인 쇼핑 벤처기업인 ‘제트닷컴’을 창업해 2년 만에 연간 매출 10억 달러의 기업으로 키워 화제를 모았다. 이어 세계적 유통 업체인 월마트에 33억 달러를 받고 이 기업을 팔면서 ‘천재 창업가’란 별명까지 얻었다. 로어가 제트닷컴에 이어 신도시 텔로사 건설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까지 입만 열면 ‘주택 공급이 차고 넘친다’고 주장하며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규제와 세금 폭탄에 올인했다. 그럼에도 집값 폭등이 계속되자 수차례에 걸쳐 공급 계획을 내놨다. 2018년 발표한 3기 신도시부터 최근 공개한 의왕·군포·안산 신도시 등까지 서울·수도권에 새로 짓겠다고 약속한 주택만 190만 가구쯤 된다. 이러니 “빵 찍어내듯 신도시를 만들려 하나”란 지적도 나온다. 공급량이 많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직장 가까운 곳에 민간 주도로 질 좋은 주택들을 많이 지어야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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