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엄니 손같이 느껴지는 날
나는 아이처럼 엄니가 벗겨주던 대로 옷을 벗는다
물끄러미 앞섶 바라보던 콧날 참 따뜻하다
내 안의 것을 보는 듯한 눈빛
한 종지 미소 같은 단추를 끄른다
눈물 가득 고인 조그만 호수
주름진 엄니 손마디 물결처럼 일렁인다
얼룩진 윗도리 벗어 빨래통에 던진다
던지면서 돌아앉는 뒷모습에 얼른 다시 줍는다
엉거주춤 벌린 두 팔
엄니가 안아 달랬을 세월 안겨 있다
단단히 여며주지 못해 힘들어하던 모습
후줄그레 어려 있다
벗어든 옷으로 엄니 잠시 나를 보듬는다
부스스 까슬하다
주름진 옷 속 조그만 엄니
빨래통에 넣으려다 말고
부둥켜안고 한참 참는다
권기만 ‘어머니가 사는 곳’
해종일 망아지처럼 뛰놀다 흙투성이로 돌아온 어린 그대, 두 팔 늘어뜨리고 동자석처럼 서 있었지만 단추를 끌러주던 어머니의 콧날과 눈빛과 마음만은 제대로 읽고 있었군요. 이제 어머니는 곁에 없어도 도처에 어머니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군요.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먼 나라의 속담이 있지요. 낳아주고, 씻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쳐주고도 평생 웃으며 글썽이며 바라보는 가장 가까운 신 어머니. 오월의 초록도, 아카시아 향기도, 검은등뻐꾸기도 모두 어머니가 물려준 크나큰 유산이지요. 반칠환 [시인]
<권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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