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파원 24시
소림사, 쿵푸 존재감 높이려 학위 인증 절실
▶ 허난대, 해외 유학생 유치로 국제화에 속도…“대학 경쟁력은 이공계 육성이 먼저” 쓴소리
중국 허난대가 소림사 무술 석·박사과정을 개설했다. 중국 문화의 국제화를 표방하며 백년 대학과 천년 고찰이 손잡은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장삿속’이라는 눈총이 따갑다. 소림사의 명성에 의존해 손쉽게 학생을 끌어들이려다 대학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허난대 부총장과 소림사 방장은 지난달 28일 제휴 협약식을 맺고 중국어로 진행하는 무술 전공 학부생과 석·박사 대학원생 모집에 나섰다. 허난대는 2019년 중국 종합대학으로는 처음 무술대학을 신설한 곳이다. 이번에 학위 인증 범위를 넓히면서 소림사 무술을 익혀 문무를 겸비한 ‘1호 박사’ 탄생이 머지 않았다.
양측은 그럴 듯한 명분을 내걸었다. 소림사는 ‘중국 문화의 부흥과 전파’, 허난대는 ‘상호 협력과 인류 공동체 구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각기 사정이 궁해 돌파구를 모색한 측면이 크다.
495년 창건한 소림사는 ‘외화내빈’에 시달리고 있다. 쿵푸가 1970년대 이소룡 주연 영화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에서 무술의 존재감은 소림사라는 브랜드에 못 미친다. 지난해 5월 쿵푸 고수가 외국 아마추어 격투기 애호가와 맞붙어 30초 만에 기절하면서 망신살이 뻗치자 중국무술협회는 “문파나 권법 명의로 격투기에 참가할 수 없다”고 규정을 강화하며 뒷수습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마저 번번이 무산되다 보니 국제사회에서 쿵푸의 가치를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대학 학위 수여를 통한 공신력 확보가 간절한 이유다.
개교 108년을 맞은 허난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640만명이 거주하는 허난성은 중국에서 광둥성, 산둥성 다음으로 인구가 많지만 허난대의 중국 대학 랭킹은 간신히 100위권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반면 허난대와 소림사가 개설한 수련과정에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해 100여 명이 승단 심사를 통과했다. 중국에서 무술학과를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에 비춰보면, 이번 소림사와의 제휴는 해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대학의 국제화 수준을 높이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허난대가 일류대학으로 발돋움하려면 이공계 육성에 진력해야 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무술교육 홍보에 주력하는 건 대학의 본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허난대의 학교 운영비는 총 32억위안으로 허난성의 대표 대학인 정저우대(63억위안)의 절반에 그쳤다. 더구나 허난성은 교직원이 5만 명에 달해 인건비를 제외하면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데 투자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고급 인재를 육성해도 시원찮은 판에 손쉬운 해외 유학생 유치에 한눈을 팔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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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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