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목동아(Danny Boy)’와 비슷한 분위기의 아일랜드 민요가 하나 더 있다. 서정시인 토마스 무어가 작사 작곡한 ‘여름의 마지막 장미(The Last Rose of Summer)’이다. 한국에선 ‘한 떨기 장미꽃’으로 알려졌다. 베토벤과 멘델스존 작곡에까지 삽입될 만큼 멜로디가 아름답지만 시문 역시 ‘아 목동아’를 능가할 정도로 가슴 찡하다.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 홀로 남아 피어있네. 사랑스런 모든 친구들 시들고 사라져, 그녀의 붉은 빛을 되비쳐주거나 그녀의 한숨에 한숨으로 화답해줄 일가족 꽃송이와 꽃봉오리 하나 찾아볼 수 없네… 우정이 후패하고 진실된 마음이 시들어 친구들이 우리 곁을 떠나갈 때, 아! 그 누가 이 황량한 세상에 홀로 남아 있고 싶으리요…”
이 노래를 들으면 고사성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절로 떠오른다. 아무리 붉고 고운 꽃이라도 열흘을 버티지 못한다는 뜻이다. 남송 시인 양만리의 ‘납전월계’(섣달 월계 앞에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월계는 장미의 일종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세불십년장(勢不十年長)’ 같은 유사성어도 있다. 10년 이어가는 권세는 없다는 뜻이다.
요즘 미국상황을 보면 이들 고사성어가 중국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년 빠진 10년 권세를 노리지만 어림없어 보인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전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물극필반(物極必反)’을 트럼프도 아는지 “낙선하면 미국을 떠나야할 것 같다”고 두 차례나 말했단다. 감옥에 갈 걱정을 하는 모양이다.
트럼프가 낙선해 무소불위의 대통령 면책권을 잃으면 포도청을 오벌룸처럼 들락거려야 할 판이다. 꿍꿍이속 세금보고뿐이 아니다. 자신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에게 고소당한 상태다. 심지어 자기 여 조카에게까지 유산을 독식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자신의 호텔영업을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했다는 비난도 숱하게 들었다.
트럼프가 떨어지면 우선 그의 호텔이 소재한 맨해튼 검찰에 불려가 세금 관련 사기와 서류조작 혐의를 추궁 받을 터이다. 그는 지난 8년분 세금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검찰 소환장(서피나)에 불응하며 다섯 번 제소했다가 다섯 번 패소했다. 마지막으로 연방대법원에 상소한 상태지만 대법원은 이미 지난 7월 서피나 유효판결을 내렸다.
성폭행 고소 건은 더 가관이다. 오래전 자신에게 강간당했다는 여성 칼럼니스트가 끈질기게 제소하자 트럼프는 자기 대신 연방법무부가 피고로 서도록 지시했다. 법무부의 피소 면책권을 악용한 꼼수다. 청와대와 여권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하려는 검찰을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워 무력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 판박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친구사이라며 뻐기지만(그게 뻐길 일인가?) 그의 임기 중 북핵은 더 확장됐다.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의 본업인 쇼처럼 치렀다. 그나마 2년전 북한에 장기억류 돼있던 미국시민(실제로는 한인) 3명을 석방시킨 쇼를 벌인 건 한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비극을 보고도 말 한마디 못한 문 대통령보다는 백번 낫다.
물론 트럼프가 ‘세불십년장’을 뒤엎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촛불부대’ 못지않은 골수 백인지지층을 갖고 있다. 재선되면 대부분의 범죄혐의는 임기 중 공소시효가 끝난다. 대통령 면책권을 앞세워 지금까지의 2만여회 거짓말 기록을 이어갈 터이다. 다급하면 법무부를 시켜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고 우길 가능성도 있다.
양만리 시의 원문은 ‘지도화무십일홍, 차화무일무춘풍…’이다. “꽃은 대개 열흘을 못 가지만 이 꽃(월계)엔 봄바람 불지 않는 날이 없도다”라는 뜻이다. 중국 남방에선 월계가 한겨울 섣달에도 꽃을 피운다. 미국민도, 한국민도, 퇴임 후 감옥 갈 걱정을 하는 대통령보다는 사시사철 꽃을 피우며 향기를 풍기는 대통령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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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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