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길들이라는 여우의 말 에, 길들인다는 것이 뭐냐고 어 린왕자는 묻는다.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 이라고 여우가 대 답한다. 소설 <어린왕자> 얘기 다. 갑자기 어린왕자냐 하시겠다. 아무도 오지 않는 절, 비대면 세 상에 살다보니, 아무도 없는 사 막 한가운데에 추락한, 작가 생 떽쥐베리가 문득 생각났다. 절 대 혼자인 그가 어린왕자를 만 났다면, 이 중은 잊고 있던, 원 래 혼자인 나를 다시 만났다. 절 대 고독, 절대 평화가 찾아 왔다. 자유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속 에 살며, 길들이고 길들여져야 할 사람과 상황들 속에서 산다. 그 일은 책 속의 여우가 말했듯 이,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중요한 건, 그 관계 속에서 상처 받고 지치고 좌절하며 인내하 는 동안, 어느새 그 고통스럽게 여겨지던 세상도 익숙해지고 편 안해지고 안주하게 된다는 점이 다. 안주하게 되면 잃기 싫어지 고 집착하게 된다. 집착속에 있 을 땐, 관계를 만든다는 일이 결 코 아름답지 만은 않다는 걸, 반 드시 필요한 일인가도, 이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인가도, 인 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물든다. 처음엔 부당하다고 느꼈던 일에 도, 차별이라고 느꼈던 일에도, 부패되었다고 분명히 알던 일에 도, 몇번의 저항 후엔, 어쩌면 저 항도 없이 바로 길들여진다. 익 숙해진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인내심의 결과다. 그래서 익숙한 세상 속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공들인 것에 대 한 착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 든다. 어린왕자가 길들인 여우를 잃고 싶지 않았듯이, 사랑하는 걸 잃게 될까봐, 가진 것을 잃게 될까봐, 길들어서 안락해진 그 편리를 잃게 될까봐 그렇다. 무 엇보다 혼자 되는게 싫어서다. 하지만 아무리 길들여봤자, 남은 절대 내가 될수 없다. 사랑하지 않아 뒤집어진다해도, 내가 삼 킨 물의 뜨거움을 똑같이 아는 이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 다.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길들 이기에서 길들여짐으로 가는 일 이다. 종속, 이다. 그런데도 지금 세상 한편에선, 관계의 부재 때 문에 우울증이 늘고, 심지어 자 살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 코비 드 임팩트' 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 모두가, 자 기가 만든 세상에 애초부터 저 홀로 존재함을 이미 아는 이에 겐, 고독해지는 것은 별일 아니 다. 숲 속을 벗어났다고 해서 그 숲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숲 전체를 볼 수 있게 된다.사람 을 벗어나 보면, 보다 넓게 확장 된 세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실상은, 혼자라도 우리는 연기법 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 혼 자일 수 없다. 세상은 나요, 나는 세상이다. 내가 먹은 밥 한공기 엔 농부의 노고 뿐만 아니라, 온 지구가 담겨 있다. 누구나 혼자, 이지만 우주다. 결론은 늘 한 가 지, 그래서 마음 공부를 해야 한 다. 마음을 깨닫게 되면, 혼자니 여럿이니,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 음을 보고, 혼자여도 결코 혼자 가 아님을 직시하고 살게 된다. 오히려 고독과 친근해지며, 또 한 절대 고독이 절대 평화와 하 나 임도 알게 된다. 숲이면 숲인 대로, 흩어지면 또 흩어진 대로, 어디서든 자신은 자신으로 힘껏 살면 행복이다. 곧 둥근달 뜨는 추석이다. 사색의 가을이란 말 을 아직 기억 하시는지. 굳이 책 한권 읽는 가을은 아니더라도, 구름에 달 가는지, 달에 구름 가는지, 내가 갇힌 건지, 가둔 건 지, 깊이 집중해 보는 가을이었 음 한다. 혹시 아는가, 달에서 왔 다는 어린왕자를 문득 만나게 될지.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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