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신흥사의 하안거 결제법어 장면 <출처: 연합뉴스>
아직도 코로나다. 여전히 코로나 다. 세계최강 미국도 그놈 앞에 고개 를 숙이고 세계열강 유럽도 그놈 앞 에 무릎을 꿇는데 그놈이 꼬리나마 잡힌다는 소식은 아득하다. 되레 남 미로 아프리카로 멀고 외진 어디라 도, 사람 사는 곳이면 사람 있는 곳 이면 사람 가는 곳이면 어디라도 그 놈이 식구처럼 들러붙는 모양이다. 들러붙어 여러해살이 괴물이 될 모 양이다.
그래도 안거는 멈추지 않는다. 잠 시 늦출 수는 있어도 아주 멈출 수 는 없다. 밤낮없이 긴긴 날 비 내리 는 여름철에, 곳간 사정들 넉넉잖은 데 혹시라도 민폐를 끼칠까봐, 이 마을 저 마을 걸식걸음 와중에 행 여 땅 위를 기는 벌레라도 해칠까봐, 2,5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 시 대부터 우기 석 달 산문 밖을 아예 잊고 일생일대 유일목표 참나를 찾 으려고 오직 참선에 몰입하는 수행 인데, 천재지변 전쟁살육 등 코로나 보다 백배 천배 더한 것을 겪던 시절 에도 고수해온 전통인데, 그까짓 코 로나 때문에 여기서 더 움츠릴 수야.
한 달 미뤄진 불기 2564년(서기 2020년) 하안거가 6일(한국기준) 시 작됐다. 경향 각지 선원 약 100곳에 서 줄잡아 2,000여 수좌들이 음력 윤사월 보름인 이날부터 칠월 보름 까지 꼬박 석 달간 하루 열 시간 이 상 참선수행을 하게 된다. 안거를 솔 선하고 수범하는 전국선원수좌회는 앞서 코로나19 감염예방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음력 4월 15일(5월 7 일)이었던 하안거 결제일을 윤4월 15일(6월 6일)로 미룬 바 있다. 선방 에 열댓 명 수십 명 입김 닿는 간격 으로 나란히 앉아서 참선하는 것이 그놈의 괴바이러스에게 거침없는 유 랑길을 터줄지 모른다는 우려쯤이야 제 한 몸 건사에 대한 집착을 버린 수좌들에게 대수로운 게 아닐 수 있 지만 안거 끝나고 산문을 나선 뒤에 어떤 인연으로 그 수좌와 옷깃이라 도 스치게 될 이들이 천에 하나 만 에 하나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것을 우려한 탓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은 4일 발표한 하안거(夏安居) 결제 법어를 통해 “마치 시퍼런 칼날 위 를 걷는 것 같이 온 정신을 모아” 정 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수십 년 결제안거를 빠지지 않고 하였음에도 득력(得力)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 디에 있는가?”라고 물은 뒤 “그것은 반연(攀緣)과 습기(習氣)를 놀아나서 온갖 분별과 망상과 혼침(昏沈)에 시 간을 다 빼앗겨서 화두일념(話頭一念)이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답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편 북가주 등 해외 사찰들은 전 국수좌회의 안거일정 대신 해당사찰 이 속한 현지사정을 감안해 기도와 참선을 이어오고 있다. 하안거가 끝 나는 백중(우란분절) 이전에는 일주 일 또는 한달간 백중기도를 올리는 것이 해외 사찰들의 관례로 거의 자 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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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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