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를 따라가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의 탈원전 비용 숨기기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출연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탈원전 비용이 5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의 일반인 공개를 막으려 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격주로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 ‘세계 원전시장 인사이트’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싣던 관행을 깨고 시간을 끌다가 결국 2019년 12월13일치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사이트’가 온라인에 게재되지 않은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간행물에는 정용훈 KAIST 교수가 기고한 ‘탈원전 비용과 수정 방향’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정 교수는 이 논문에서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경우와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원전 수명을 20년 연장할 경우의 경제적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수명을 미국처럼 20년 연장해 운전할 경우의 이익이 513조원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원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월성 1호기 가동 여부에 대한 판단 등 보고서의 전제가 현실적이지 않아 온라인 게재를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정 교수의 분석은 두 갈래 상황을 가정한 것이므로 연구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탈원전의 경제적 부담이 부각되지 않도록 전문가 분석이 유포되는 것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 게재 누락은 정보공개와 합리적 토론을 사실상 차단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학문의 자유(22조)’와 ‘언론·출판의 자유(21조)’ 규정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
이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해 계속 가동할 경우의 경제적 이득을 당초 3,707억원에서 224억원으로 축소해 분석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불리한 정보를 쉬쉬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투명행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헌법정신을 침해하는 국정농단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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