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대우전자가 프랑스 전자회사인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일본 업체의 거센 공세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톰슨이 보유한 세계 TV 시장 1위라는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나라의 자존심을 헐값에 매각할 수 없다며 반대했고 인수작업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04년 톰슨은 회생에 실패해 결국 중국 가전업체인 TCL에 넘어가게 됐다.
TCL은 톰슨 전자 부문을 인수한 후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글로벌 TV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TCL은 1981년 광둥성 훼이저우에서 종업원 40여명의 작은 오디오카세트 제조사로 출발했다. 회사 이름도 원래는 TTK였지만 1985년 TDK에 고소를 당한 끝에 TCL로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도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화업종을 반영한 영문 약자를 사용해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몇해 전에는 회사 이름을 활용한 ‘투데이 차이나 라이언(Today China Lion)’이라는 캠페인을 벌여 대중에게 ‘오늘날 중국을 이끌어가는 수사자’라는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회사가 비약적 성장을 이룬 데는 1996년 사령탑에 오른 광둥성 출신 리둥성 회장의 역할이 컸다. 10대 시절 문화대혁명의 고초를 겪은 그는 회장 취임 이후 통신장비·TV·에어컨·휴대폰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고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TCL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삼고초려 끝에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타전기와 포괄적 제휴를 맺은 일화도 전해진다.
2002년에는 휴대폰에 순금으로 만든 상표를 부착한 ‘바오스(寶石)’ 제품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를 활용하는 스타마케팅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TCL이 1·4분기 북미 TV 시장에서 26.2%의 점유율을 기록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 따져도 10%를 훌쩍 넘어서 한국 업체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는 아직 멀었지만 저가 물량공세가 시장에서 점차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국내에서 TCL 브랜드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중국의 거침없는 ‘가전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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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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