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수원 줄고 날씨 탓 겹쳐 사과값은 1년새 78% 올라
“그래도 과일은 부담 없었는데, 이제는 손이 잘 안 간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여성 회사원 샤(夏·24)씨는 한 달 5,000위안(약 86만원)을 벌어 절반을 먹는데 쓴다. 팍팍한 살림이지만 퇴근 후 값싼 과일을 베어 물며 고단함을 달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과일 값으로 매달 150위안(약 2만5,000원)이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250위안으로도 부족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kg에 5위안이던 사과, 배의 가격이 올해는 11위안으로 두 배나 올랐다. 20일 마트에서 만난 샤씨는 “이번 달에는 과일을 아예 사먹지 않았다”며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과일을 풍족하게 차려놓고 마음껏 먹는 건 중국 서민가정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과일 몇 조각 썰어놓고 맛만 보는 한국이나 일본을 바라보며 내심 우월의식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과일값이 눈에 띄게 오르면서 예전처럼 넉넉히 과일을 내놓는 건 호사로 비칠 정도다.
‘과일 자유(水果自由)’. 올해 들어 중국인 사이에 부쩍 회자되는 말이다. 자유롭게 과일을 사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소득이 낮을수록 과일에 대한 열망은 더 강렬하다. 과일 자유를 누리는 ‘과일 귀족’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과일값은 꾸준히 4~9배 정도 올랐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유독 상승세가 가파르다. 사과의 경우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30%가량 감소하더니, 4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평균 가격이 78%나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서북지역을 개간하고 구릉지에 수목을 심어 과일 생산량을 매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환경보호와 녹지 확충을 앞세운 정책에 따라 과수원을 보기 좋은 정원이나 경관림으로 대폭 바꿨다. 또 중국은 곡물의 경우 일정 규모의 경작지를 보호하지만 과일은 쏙 빠져 있다. 더구나 한국ㆍ일본과 달리 재배하는 농민에게 주는 보조금도 없다. 기존 과수원도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농민들이 견디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겨울 강한 서리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생산이 급감해 설 연휴가 지나도 과일값이 도통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돼지고기 값이 10% 이상 오른 데 이어 ‘믿었던’ 과일마저 등을 돌린 셈이다.
반면 외국산 과일 수입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체리는 무려 32배나 수입량이 증가했다. 전체 수입과일로 따지면 34%가량 성장했다. 소비여력을 갖춘 중산층이 그만큼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운송기간이 길어도 상하지 않는 바나나를 제외하면 다른 수입과일은 중국산에 비해 2~3배 가격이 높아 여전히 부담스럽다. 올해 1분기 중국인 1인당 가처분소득은 평균 8,493위안, 소비지출은 5,538위안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년 퇴직한 주부 왕(王ㆍ65)씨는 “체리는커녕 사과를 집으려다 오이나 무를 들고 집으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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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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