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3년 11월12일 밤 워싱턴 DC의 맑고 청명한 하늘에 별 하나가 휙 하고 지나갔다.
별자리 ‘사자자리’에서 나타난 유성이었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밤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쏟아졌다.
얼마나 많이 떨어졌으면 마치 눈보라를 퍼붓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무려 9시간 동안 진행된 이 우주쇼에 등장한 유성은 대략 24만여개.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공포에 질린 사람들도 있었다. 흑인 노동자인 미셸 샤이너는 이날 일기장에 “사람들은 죽음에 절반쯤 다가간 듯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고 적기까지 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날의 폭풍우를 ‘근대 최초의 유성 폭풍우’로 명명했다.
유성우는 지구 공전 궤도에 있는 혜성 꼬리의 파편과 먼지 등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별의 비’다. 활발하게 활동할 때는 시간당 열 개 이상이 떨어지지만 심할 경우에는 초당 한 개 이상이 떨어지기도 한다.
지구가 공전하고 혜성도 일정한 궤도를 돌다 보니 유성우 출현 시기도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3대 유성우의 하나로 꼽히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스위프트 터틀 혜성이 출현하는 8월 중순께 이뤄지고 약 76년 주기로 지구를 찾는 핼리 혜성이 만들어내는 오리온자리 유성우는 10월 중순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장관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거리였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유성이 나타난 시각과 방향·크기까지 적을 정도로 세밀하게 관측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 성종 편에서는 ‘유성이 별 속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이 주먹과 같았다. 2경에 화성(火星)이 장성(張星)에서 3도(度)인 헌원성 남쪽 둘째 별의 본(本) 사이에 나타났는데 거리가 2척쯤 됐고 오경에는 유성이 북두성 자루 아래에서 나와 항성으로 들어갔는데 모습이 주먹과 같았고 길이가 3·4척쯤 됐다’며 유성우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기술했다.
새해를 맞자마자 또 한 번의 우주쇼가 펼쳐질 모양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국제유성기구(IMO)에 따르면 오는 4일과 5일 새벽 사분의 자리에서 유성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은 맑은 날씨가 예보돼 있어 시간당 20~30개의 유성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성을 보면 행운이 온다고 했던가. 새해 벽두 밤하늘의 떨어지는 별을 보며 그간 가졌던 모든 시련과 아픔을 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기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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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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