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의 결정적 한 방 없어… 청와대의 사찰 의혹 전면 부인은 잘못”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뒤로 청와대 특감반 현안보고를 위해 회의에 출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보인다. <연합>
여야는 2018년 마지막 날인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따른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둘러싸고 ‘창과 방패’의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회의는 새해 정국 주도권이 여야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세를 퍼부었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진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31일 오전 10시 시작한 운영위 회의는 자정을 넘겨 1월1일 오전 0시46분에 마무리됐다.
여야는 종일 김 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 외교부 등 일부 부처 고위 공직자의 핸드폰을 압수해 사생활을 조사한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청와대가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여권 실세 인사들의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무시했다며 조국 수석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김 수사관의 개인 일탈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자유한국당 등이 김 수사관의 무분별한 폭로를 정치 공세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조국 민정수석의 대결 구도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운영위 회의에서 “이 정부는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무원 핸드폰을 압수해서 사생활을 캐고, 실세 비리 의혹을 묵인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데도 나 몰라라 한다”며 “위선과 일탈에 양두구육(羊頭狗肉) 정권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양두구육은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나 원내대표는 “과거 총리실 민간인 사찰 때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사건은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 수석은 이날 국회에 도착해 운영위에 출석하기 직전에 기자들과 만나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옛말이 있다”며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사자성어를 인용해 반박했다. 조 수석은 운영위 답변을 통해 “단언컨대 문재인정부는 민간인 사찰을 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조국 수석은 이날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 사찰 및 공공 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 “공공 부문과 관련된 민간 의혹을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며 “330개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문건은 정상적 업무 안에서 이뤄진 합법적 활동이지 ‘블랙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기획재정부의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국민 세금이 들어간 담배 회사에 정부가 아무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올해 기획재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려고 한 것은 매우 가상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여야 대결 결과에 대해 “보수 야당의 승리로 볼 만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는 여야와 청와대의 말 싸움 승부가 아니라 사찰 의혹 등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조국 수석이 ‘삼인성호’라는 말로 전면 부인한 것은 잘못된 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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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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