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베이징대 학생인 다이웨이와 4명의 동료들이 자전거 한 대를 앞에 놓고 머리를 맞댔다.
캠퍼스가 워낙 넓어 강의실을 오가는 데 불편을 겪던 이들은 누구나 자전거를 함께 사용하면 좋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다이웨이는 자전거를 네 차례나 잃어버렸다며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캠퍼스 자전거’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자전거 바퀴 모양을 본뜬 ‘오포(ofo)’라는 로고가 박힌 노란 자전거는 이렇게 대학생들의 사소한 경험에서 탄생했다.
거치대 없이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공유자전거인 오포는 ‘공유경제와 스마트하드웨어’를 앞세워 직장인들의 마지막 1㎞를 책임지겠다며 출발했다. 창업 초기만 해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변의 냉담한 평가에 부딪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신생기업에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유명한 엔젤투자사 진사장벤처스였다. 진사장의 대표 주샤오후가 설날 직전 오포 AS센터에 전화를 걸어 투자를 제안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들의 운명적 만남이 디디추싱·샤오미 등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치로 이어져 기업가치 3조원의 유니콘 신화를 일군 것은 물론이다.
잘나가던 오포가 요즘 치열한 경쟁구도와 허술한 사업모델 탓에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함부로 방치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중관춘의 최고층 빌딩에 들어선 오포 본사는 보증금을 환불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고객들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 규모만 200억위안(약 3조2,000억원)에 달해 1,000만명이 환불을 마치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요즘 중국에서는 ‘쓰이타이효과(四姨太效應)’라는 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리말로는 ‘넷째 첩 효과’라고 해서 남편의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마치 임신한 것처럼 거짓말을 꾸며내 환심을 산다는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신생기업이 광고와 마케팅으로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내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일컫는 말이다.
다이웨이는 “무릎을 꿇더라도 살아 나가야 한다”고 결연한 입장을 밝혔지만 공유지의 비극까지 겹친 오포는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서 있다. 한때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던 오포의 생사 여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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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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