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는 시기는 어릴수록 좋다던가, 열 살 미만에 배워야 한다는 말 등을 한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유창함”을 키우는 데에는 어릴수록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어도 무조건 어릴 때 가르쳐야 하거나, 아니면 중학교에 들어가면 이미 늦는다는 뜻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아동발달” 이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동 발달의 단계와 특성을 다룬 것으로 유명한 발달심리의 대표적인 학자인 쟝 피아제(Jean Piaget)는 발달단계를 감각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그리고 형식적 조작기로 나눈다. 그 중 부모님들이 교육적으로 가장 신경써야 할 시기는 “구체적 조작기” 이며, 이 시기는 만 7세에서 11세까지의 기간이다. 이는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게 되는 때이며, 따라서 초등학교 교육은 이 기간에 이루어진다.
이중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울 때, 아동발달의 단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피아제의 이론으로 생각해 보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동에게는 주로 놀이를 통해서 한국어를 가르치면 된다. 예를 들면, 엄마가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소꿉놀이나 역할극을 하면서 한국말을 사용하면 되는 일이다. 이 때에 유의할 점은, 상황에 따라 되도록 한가지 언어로만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학교놀이를 한다면 그 상황에는 영어만, 밥짓기 놀이를 할 때는 한국말만, 이런 식으로 얼마동안 지속적인 놀이를 해준다면, 아동은 그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습득하게 된다. 물론 집에서는 한국말을 주로, 바깥에서는 영어를 주로, 이런 식으로 폭넓게 구분을 지어도 된다.
그렇다면 교육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7세에서 11세까지의 아동들은 어떻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까?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구체적 물건을 만지고 조작하며 학습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아직은 완전한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어린이들이, 사물 조작과 경험학습을 통하여 주요 개념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부모나 선생님들은, 아주 어릴 때와는 다르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써야한다. 예를 들면, 한국어로 수학적 개념을 배운다면, 처음에는 캔디를 세면서 수를 배울 수 있다. 그 다음 에는 캔디를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한국어로 사칙연산을 할 수 있다. 즉, 이중언어 교육의 주요 항목인 교과교육의 기본 개념을 한국어로 도입해 줄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이 때 여행이나 현장 학습등을 통해서 관련 단어와 개념을 알게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중학교 이상의 아이들은 추상적 사고가 가능한 시기이므로, 이 때는 문법이나 작문같이 생각을 요하는 부분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실제로 중고등학교에 처음 외국어를 접한 아이들이 그 언어를 마스터하는 사례는 흔히 있는 일이다. 따라서 누구나 각 발달단계, 혹은 나이마다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알맞는 방법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의 발달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어릴 때에 시작을 하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공부방법을 아이들에게 권하는 것보다는, 그 나이 때의 지적 능력에 알맞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어느 때도 이르지 않고, 늦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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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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