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서 맡긴 옷을 찾아오면, 가끔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 냄새는 얼핏 주유소 가솔린 냄새와도 비슷해, 이런 옷을 몸에 걸치면 혹시나 해롭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세탁소에 맡겨 드라이클리닝을 한 옷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옷에는 유해 물질이 없거나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것보다 너무나 적은 양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오랜 기간 드라이클리닝 작업을 한 경우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드라이클리닝 때 사용되는 여러 용제들은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암과의 연관성마저 제기한다. 한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세탁업 종사자들은 귀 기울여볼 대목이다.
미국 드라이클리닝 업소의 약 85% 이상에서 테트라클로로에틸렌(퍼클로로에틸렌)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는데, 이 물질은 일반적인 자극 증상, 즉 따끔 거리거나 가려움, 기침, 두통 등을 유발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국제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 암 연구기구는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을 ‘인체 발암 추정 물질(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로 공표하였다.
암 중에서도 특히 방광암 발생과 의미 있는 연관이 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세탁업 첫 근무로부터 20년이 지나고, 그 기간 중 최소 5년 이상 실제 종사하며 이 물질에 노출된 경우 방광암 발생이 약 4.1배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그렇다면, 세탁업에 종사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2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방광암 증상 바로 알기, 둘째는 유해물질 노출 줄이기이다.
먼저, 방광암 증상 바로 알기. 방광암의 가장 첫 증상이자 가장 흔한 증상은 소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혈뇨이다. 소변이 붉은빛을 띠는 경우도 있으나, 색깔 변화는 전혀 없으면서 현미경으로만 혈액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적인 소변 검사가 중요하다.
물론, 혈뇨가 무조건 방광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염증, 결석 등 다른 가벼운 병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탁업 종사를 오래 한 경우라면 이러한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방광암의 다른 증상으로는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갑자기 절박하게 마렵거나, 배뇨 시 통증이 동반되거나, 심할 경우 요관이 막혀서 나타나는 다리의 부종과 허리 통증 등이 있다.
두 번째 제안으로, 유해물질 노출 줄이기 역시 중요한데, 보호구, 배기장치 설치와 같은 법적, 행적적인 규제 외에 개인이 추가적으로 취할 수 있는 예방 행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있다. 세탁소 내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흡연을 하는 것은 입을 통한 유해물질 흡수를 증가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작업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작업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작업복은 자주 세탁하는 것이 유해물질 흡수를 줄이는 길이다. 손을 자주 씻고, 작업 후에는 빨리 샤워를 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던 직업이 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 병이 암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 직업성 질병은 예방 가능하고 최소한 조기 발견이 가능하며, 세탁업에 의한 방광암 역시 그렇다. 세탁업에 오래 종사하셨거나 하실 분이시라면 방광암 증상과 예방 대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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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정/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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