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인터뷰] 한국정부 과학기술 유공자 선정 박노희 박사
▶ 학장 재임기간 UCLA 치대 위상 강화 보람, 구강질환 연구·강의 계속… 틈틈이 독서·운동
한국 정부의 첫 과학기술유공자에 미주 한인으로 선정된 박노희 전 UCLA 치대 학장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최근 연구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최수희 기자>
“계속해서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쳐 왔는데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과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선정한‘과학기술유공자’에 대표적 미주 한인 의학자인 박노희(73) 전 UCLA 치과대학 학장이 선정됐다. 암과 노화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이기도 한 박노희 전 학장은 미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한인 치대 학장으로 지난 18년간 재직하며 미국 최고 수준의 치대 프로그램으로 육성하고 한국, 중국, 일본, 세르비아 등 치과대학의 연구와 개혁을 자문하면서 세계적으로 공헌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 최초의 과학기술유공자 32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난 2016년 5월 UCLA 치대 학장 퇴임 후에도 지금까지 여전히 UCLA 치대 연구실에 빠짐 없이 나가며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박노희 전 학장은 젊은이들에게“어느 순간 찾아오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19일 UCLA 치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노희 전 학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 과학기술유공자에 선정되신 소감은
▲우선 과학기술유공자에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로만도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과학기술유공자 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며 지원서를 작성하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개인 정보를 많이 입력하라고 되어있길래 스팸 이메일인 줄 알았으나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진위 여부를 물어봤고 지원하게 됐다. 지원을 하기 전에 주변에 많은 조언을 받고 나서야 지원을 했지만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진짜 이렇게 선정될 지 생각도 못했는데 큰 영광이다.
-소식을 언제 들었는지. 관련 수상 행사는.
▲지난해 12월 초 과기정통부가 32명의 과학기술유공자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올해 1월1일 선정된 사실을 연락받았다. 32명 중 살아있는 유공자는 나를 포함해 10명 정도로 들었다. 구체적인 수상행사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다. 아마 한국이 다음 달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끝나고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오래 연구하고 활동한 의학자로서 모국의 과학기술유공자로 뽑히신 게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맞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유공자로 선정된 것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UCLA에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이민와서 생활한지 벌써 올해로 42년째가 됐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사랑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그래서 너무나 더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 이번 과학기술유공자 선정이 아무래도 남은 일생을 한국에서 일하라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나 또한 한국에서 기회가 된다면 내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싶다.
-UCLA 치대 학장으로 18년간 이끄시다 학장직에서 퇴임한 후 달라진 점은
▲20여 년전 UCLA 치대 학장으로 취임했을 때 미국에 아이비리그, UC 버클리, UCLA 등 주요 대학교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첫 한인 학장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그 이후로 많은 한인 1세나 1.5세들이 뒤를 이어 학장직에 재직한 것으로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많은 한인들이 뒤를 이어 교육계에 중요 역할로 진출할 수 있도록 내가 길을 터줬다고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그 점은 뿌듯하게 생각한다. 학장으로 재임 중에는 아무래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지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등에 대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퇴임을 한 후 현재는 이러한 것들을 시행할 시간적 여유가 더욱 생긴 것 같다. 책도 많이 읽고 리서치도 하며 골프, 필라테스 등도 하고 있다. 또 TV도 볼 여유가 생겼다.
-학장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미국 내 치과대학 중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장학금을 주는 곳이 UCLA 치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의 재정을 안정적인 선으로 올려놓도록 했다. 11개의 석좌교수 자리가 생겼고 장학금 규모는 10배가 커져 실제로 매해 300만 달러 이상의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우수한 교수들과 교직원 영입에 공을 들였고 아카데믹, 연구 프로그램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퇴임 후에도 UCLA 치대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주고 계실 것 같은데
▲물론이다. 신임 학장의 경우 자주 나를 방문해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얻곤 한다. 이같은 상황은 보통 평범하지는 않다. 학장이 바뀌면 전임 학장과 신임 학장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주고, 한발짝 물러나서 학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대한 조력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강의나 학생지도는 얼마나 자주하는지.
▲대부분의 요즘 시간은 바이러스, 노화, 암 등의 주제로 연구를 한다. 가끔은 강의도 하곤 하지만 그렇게 자주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더 많은 강의를 해 학생들과 더 가까이 교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박사과정 재학생이나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원들과 함께 리서치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진행하는 연구를 일반인들도 알 수 있게 간단히 설명한다면
▲구강은 우리 몸의 창문 역할을 한다. 잇몸질환의 경우 전신질환과 관계가 깊다. 심장마비, 동맥경화, 관절염, 당뇨병, 심지어 암 등 전신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잇몸질환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4배 가까이 크다는 사실도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를 심장병 전문의, 치주전문의 등과 함께 학제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치과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와 처음 미국에 오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아버지가 의대가는 것을 반대하셨다. 6년제인 서울대 치대를 입학한 후 약리학에 관심을 갖고 약리학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레지던트 당시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그러던 중 리서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국으로 1년 동안 공부를 하러 왔다. 그때 박사학위 프로그램에 등록해 2년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포스트닥 생활을 시작했다.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지난 1984년 UCLA 치대 교수로 부임했고 치대 학장으로는 1998년 취임했다.
-학장 퇴임 후 특별한 여가나 취미생활은
▲유화에 취미가 있어서 예전에는 많이 그렸는데 최근에는 많이 그리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이 학장 퇴임 후 그때보단 시간적이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더욱 생겨 골프나 필라테스 등 운동을 하고 시간날 때마다 독서를 하고 있다.
-요즘 읽은 책 중 추천하고 싶은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다. 한국어 번역본도 있다. 이 책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1만 시간의 법칙을 통해 끈기 있게 행동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젊은 한인들에게 조언해줄 점은
▲최선을 다하고 항상 준비자세가 필요하다. 단기간 미래, 장기간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대비를 하고 끊임없이 노력해 어느 순간 찾아온 기회를 포착했으면 한다. 꿈과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올해 73세다. 한국을 떠나온 지 40여 년이 흘렀는데, 이제는 한국에 가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과 경험들을 나누고 싶다.
■ 약력
▲1944년 충북 단양 출생
▲서울대 치대 졸업, 서울대 치의학 석사
▲조지아대 이학박사, 하버드대 치의학박사
▲1984년 UCLA 치대 부교수
▲1985년 UCLA 치대 정교수
▲1998년 UCLA 치대 학장 취임
▲2001년 국제치과학 뛰어난 과학자상 수상
▲2009년 UCLA 박노희 석좌교수직 설치
▲2010년 치대교육자 가이스 성취상 수상
▲2015년 UCLA 치과대 명예동문 수상
▲2016년 UCLA 치대 학장 은퇴
▲2017년 12월 한국 과학기술유공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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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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