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서울 지하철4호선 안산역 플랫홈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갑자기 선로에 뛰어내려 숨졌다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에는 전동차 운행이30분정도 중단되면서 출근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지난7월 뉴욕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신문기사에는 브로드웨이역에서 한남성이 플랫홈에 들어오는 기차에 치였는데 응급구조대가 도착했을때 그는 사망했다는 내용뿐이었다. 사고로 인해 기차운행이 얼마나 지연되었는지, 혹은 다른 승객들이 얼마나 불편을 겪었는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미국의 기사는 사고자체를 서술하는데 그쳤지만, 한국의 기사는 사고와 관련된 전동차 운행지연 시간, 시민들의 불편 등을 포함한 이유가 무엇일까… 관점의 차이다. 한국의 문화코드는 맥락과 연관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고가 끼친 영향, 인과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만일, 과자를 선물로 받은 어린이가 금방 먹지 않을 때 “과자를 좋아하지 않니?” 라고 물어보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의 대답은 한국식과 미국식이 각각 다르다. 한국에서는 ‘예’로 대답하고 미국에서는 ‘노’라고 대답한다. 전자는 상대방 질문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지않니”라는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 반면, 후자는 대답하는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질문방식에 상관없이 내가 좋으면 ‘예스’, 내가 싫으면 ‘노’라고 반응한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문화에 비해 주변과 연관짓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을 지닌 문화에서 자연스레 발전되는것은 눈치 혹은 체면이다. 그런 관점에 익숙할수록, 자신의 관심이나 욕구를 따르기보다 남들의 눈을 위해, 남들이 인정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학교성적이나 표준시험 점수는 별로지만 주변으로부터 “명문대 지원자”라는 말을 듣기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해서라도 일단지원하고 본다. 몇몇 대학에서 온 합격통지서를 놓고 등록대학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따라 결정하기보다 남들의 귀에 익은 대학에 디파짓을 보낸다. “내 얼굴에 먹칠하지 않으려면A 대학 정도는 가야한다. 떨어져도 좋으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B 대학에 지원해라. 네가C 대학에 떨어져서동네 창피해서 못 살겠다”라는 말이무엇을 뜻할까. 남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화에서는 나의 성공은 곧 가문의 영광이요 나의 실패는 집안 전체의 실패로 여긴다. 그곳에서는 문중에서 쫓아버리겠다 혹은 호적을 파버리겠다 같은 으름짱으로 나 개인보다 집안 전체의 체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 가르침이 융자를 해서라도 호텔에서 돌잔치를 하고, 결혼식, 장례식 하객을 돈주고 모셔오고, 집 앞 마켓에 가는데도 외모와 복장에 신경쓰도록 만들었다.
눈치와 체면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긴다. 스타일의 본래 뜻은 기둥 즉 자신을 줏대 있게 표현한다 라는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무엇인가 겉으로 보이기 전에 개인 각자가 줏대가 있어야 스타일이 좋다는 뜻이다. 자신만의 줏대 세우기, 즉 나로 서기의 최적기가 여름방학이다. 학기중에는 자의반 타의반 남들을 따라 가야하지만, 무엇을 하든 아무도 간섭하지않는, 아니, 간섭 못하는 기간이 방학이다.
오늘, “여름방학 기간동안 남들 따라가고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예스’?,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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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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