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에 합격한 Y는 엊그제 이메일을 받았다. 합격통지서에는 연간 9,000달러 장학금을 제공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재조정해서 연간4만 달러로 올려주겠다라는 내용이다.
B대학에 합격한K도 마찬가지. 원래는 장학금을 2만 달러로 책정했었지만 3만5,000달러로 올려주겠다는 이메일을 지난 주에 받았다.
C대학에 합격한 M의 장학금도 1만5,000달러에서 2만6,000달러로 지난 주 탈바꿈했다. 학생이 나서서 장학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닌데, 5월1일 디파짓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장학금을 더 많이 받게 되어“대학이 나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했구나”라며 좋아하겠지만, 디파짓 마감일에 임박해서 장학금 액수를 올려주는 뒷면에는 대학의 속셈이 있다. 합격자발표 후 대학의 관심사는 등록률(yield rate)에 있다. 지난해, 합격자 가운데 70% 이상이 등록한 대학은 스탠포드, 하버드, 브리검영, MIT, 알래스카주립대학 등5곳뿐이다.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률은 30%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00명을 뽑았는데 10명 이하가 등록하는 대학도 수두룩하다. 등록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올해의 등록상황에 따라 다음해 입학사정 기준이 달라지고, 대학의 재정상태도 달라지며, 결정적으로 US뉴스의 대학랭킹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올림으로써 등록을 유도하는 대학 마케팅, 그런 대학의 민낯은1964년 당시 UC 버클리 학생이었던 마리오 사비오의 연설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2차 세계대전을 치른 후 전쟁에 사용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미국의 산업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더 많은 기술자가 필요했고 그 수요를 메꾸기 위해 대학은 학생수를 늘렸다. 사람의 숫자가 급작스레 증가하는 곳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질서유지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따를 것을 요구했고, 캠퍼스에서의 흡연ㆍ음주는 물론 정치적 집회를 단속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UC 버클리에서는 경찰이 출동해서 흑인차별 반대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맞서 마리오 사비오는1964년12월2일, 경찰차 위에 뛰어 올라가 흑인차별과 대학의 기업식 경영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외치며 학문의 전당으로 포장된 대학의 민낯을 밝혔다.
“총장 말대로, 대학이 기업이고 총장 자신이 최고경영자라면, 교수는 회사를 운영하는 매니저요, 학생은 물건 제조에 필요한 재료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대학의 고객들, 즉 정부ㆍ기업ㆍ대학 후원자 등 그 누구에게도 팔려나갈 물건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그리고 사비오는 학생들에게 그런 물건 제조업에 참여하지도, 끌려가지도 말 것을 호소하며“거대한 제조기의 기어ㆍ버튼ㆍ 바퀴에 우리 몸을 던져서라도 작동을 멈추게 하자”고 외쳤다.
대학의 정체를 밝혀 타락한 기업이라고 정곡을 찌른 사비오의 발언 이후, 버클리대학은 캠퍼스 내부의 반항을 부정하거나 감추기보다 오히려 그의 투쟁을 홍보용으로 사용했다. 캠퍼스내 정치적 연설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스프라울 계단(Sproul Steps)을 ‘사비오 계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 대학은 바로 사비오와 같은 인재를 빚는 곳이다”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대학의 기업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사비오의 발언이 오히려 버클리로 하여금 대규모 대학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준 셈이다.
A, B, C대학으로부터 장학금 증액 이메일을 받은 학생들이 사비오의 외침에 동조하여 물건 제조업 참여 거부를 한다고 할지라도, 정작 대학은 그들의 등록여부를 걱정하지 않는다. 증액통보를3명에게만 보낸 것이 아니라 합격자 수 백명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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