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들이 둘이다. 분명 내가 낳은 아이들인데 키우면 키울수록 이 둘이 얼마나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첫째는 성실한 모범생이다. 학교 갔다 오면 숙제 같은 건 알아서 하는 편이고 끝나면 집에서 책을 읽거나,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글을 쓴다(언젠가는 책을 내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밖에 나가서 몸을 써야 하는 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는 전형적인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답게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늘 에너지가 넘치고 따분한 것을 잘 못 견뎌 한다. 해야 할일이 있어도 하기 싫다고 하면 그만이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나니 첫째 아이가 키우기에 월등하게 수월해 보인다. 사실 그랬다. 글도 혼자 깨치고, 한번 가르쳐 주면 잊어버리지 않아서 선생님들마다 이런 학생만 있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하셨다. 엄마 입장에서도 큰 아이를 키우면서 목소리를 높일 일이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 아이는 매사에 걱정이 너무 많다. 방학 때 하와이 어때? 하고 슬쩍 물어봤더니 거기는 섬이라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고 화산의 위험이 있으니 자기는 절대로 안 간다고 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도 거절 당했다.
사실 그래서 아이는 모범생이다. 그에게 지각이란 있을 수 없고, 숙제를 잊어버리고 학교 가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므로.
같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둘째는 식사를 할 때, 일단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고 본다. 먹기 싫지만 먹어야 하는 채소들은 최대한 안 먹고 버틴다. 그러다 엄마와 협상할 시점이 오면 특유의 버티기 작전으로 먹어야 하는 양의 반만 먹고 끝낸다. 다 먹어야 하는 줄 알고 꾸역꾸역 채소를 먼저 다 먹은 형만 억울하다.
둘째는 뚝심과 배짱이 보통이 아니어서, 형보다 네살이나 어린 주제에 벌은 훨씬 더 많이 섰으면서도 늘 천하태평이다. 이 아이에게 걱정이란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첫째는 아침마다 등교 준비하면서 이 옷 저 옷 입어보는 둘째를 재촉하느라 애가 닳는다. 본인은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는데, 이제 유치원을 막 시작한 동생 때문에 늦을까봐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물론 지켜보는 부모와 형의 타들어 가는 속과는 상관없이 둘째의 패션쇼는 계속된다.
첫째가 인내하고, 아끼고, 계획할 때, 둘째는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오랜 시간 뒤, 둘 중 누군가가 주목할 만한 연구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첫째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그냥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 벌써 운동 신경 하나만큼은 형보다 나아 보인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이제껏 살아봐도 꼭 한쪽이 정답이라고는 못하겠어서, 둘 다 그저 무탈하게 자라기만 기도 중이다.
성격이 천지 차이인 두 아이는 다행히 친하게 잘 지낸다. 형은 동생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동생은 늘 형처럼 되고 싶어 한다. 둘째가 하도 “형아, 형아” 해대서 어느 날 “형이 그렇게 좋으냐?” 물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형아가 없으면 어떻게 살수가 있어?”
건강하고 형제 우애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 되는 거지. 아니면 뭣이 중 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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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조 마케팅 교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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