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을 서울 강남의 봉은사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타종식으로 맞이했다. 봉은사의 카운트다운은 1년에 한번 누구나 타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종루를 개방하고 화려한 불꽃놀이로 새해를 밝혀 수년째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올해도 봉은사 풍물연등 ‘길놀이’ 공연으로 시작된 타종식은 봉은국악합주단의 축하, 참가자들이 가족의 건강과 평안 등 새해 소원을 종이에 적어 태우는 소지의식, 주지 원명 스님이 봉행하는 법회에 이어 새해 아침에 나누는 떡국 공양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봉은사 새해맞이를 찾은 관광객들은 넘쳐나고 있었다. 봉은사 타종식을 상품화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자정 전후 카운트다운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덕분에 강남 지역 유일한 면세점이라는 롯데 코엑스점은 줄을 선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싼커’(개별 관광객) 할 것 없이 면세점에 늘어선 행렬은 길기만 했다. 여기에 봉은사에서 새해 맞이를 하고 대형TV를 통해 KBS연기대상을 함께 시청하며 송중기와 박보검의 눈물에 흐뭇함을 보이는 일본 여성들이 합류해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제야를 보냈다.
같은 시각 한강 건너 보신각에서 들려온 제야의 종소리 타종행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서울 종각역 인근은 보신각 종이 33번 울리며 정유년이 왔음을 알리는 순간 ‘송박영신’(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다)을 기원하는 범국민행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합류하며 촛불 파도가 치고 있었다. ‘송화영태’(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이하다)를 내세운 친박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대응하긴 했지만 촛불집회가 꿈꾸는 ‘국민이 주인되는 새 시대’는 1,000만 촛불을 모으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열망을 밝혔다.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제야의 종 타종식,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 세상인 도리천(33천)에 닿으려는 꿈을 담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는 촛불로 빛났다. 33회 타종이 촛불 행렬과 더불어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편안함을 기원하며 새 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국 안정과 개인의 건강, 행복에 대한 염원을 실어보낸 서른 세번의 종소리는 각기 다른 얼굴들이 맞이하고 있었지만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6년은 똑같이 가고 2017년이 밝았다. 때와 장소가 다르고 새해 맞이의 형식은 다 다르지만 우리가 함께 기원한 단 하나의 염원이 있었다면 아마도 ‘평화’이리라 생각된다. 자유도 번영도 그 다음이다. 정유년에는 모두가 평온하고 화목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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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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