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융성’이란 기운차게 일어나거나 대단히 번성함을 의미한다. 2013년 문화융성위원회를 출범시킨 박근혜 정부는 문화예술계를 얼마나 대성시켰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화융성은커녕 문화예술 검열만 강화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논란을 이유로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억 예산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위원장이 횡령했다는 금액은 협찬 중개수수료 2,750만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사태도 있다. 박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프랑스장식미술전 개최를 당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거부하면서 관장이 경질성 해임됐다. 이영훈 신임관장 부임으로 사태가 일단락되었지만 청와대는 문화예술계 전시와 관련, 도를 넘는 권력 남용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맥락은 다르긴 해도 1969년 개관 이래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자취를 함께 해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바르토메우 마리를 임명했다. 한국인은 관장으로 적임자가 없어서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의 관장을 역임한 문화 프로모터를 뽑았다는데 그는 관장 재직 당시 스페인 군주제를 비판적으로 풍자한 작품전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큐레이터 2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8개 국어에 능통하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바르토메우 마리다 관장을 위해 문체부는 전담 통역사 배치라는 ‘일자리 창출’을 하긴 했다.
게다가 최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9,473명 명단 공개로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생존을 위한 획일적 가치관을 강요하면서 어떻게 문화융성의 꽃을 피우고 세계 속의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는지. 애초부터 ‘문화융성’은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한국의 문화는 융성하지 않다’를 전제로 만든 정책이다.
그렇다면 2013년 문화융성위원회를 조직하고 국정기조로 채택했을 때 한국의 문화는 어떠했는가.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국제적 명성을 이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K팝의 정점을 찍은 상황이었다. 이런 게 문화 융성이 아니면 어떤 게 융성인가. 누군가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은 근본적으로 일반국민의 문화적 취향보다 엘리트주의 문화 취향을 우선시하는 문화 평등 전략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일찌감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새겼던 한국인의 문화적 취향은 엘리트들보다 훨씬 다양해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어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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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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