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 나라로 가라” “미국을 하얗게” “히잡 벗어”
▶ 한인 피해자도 속출

뉴욕주의 한 공원에서 발견된‘미국을 다시 하얗게’라는 문구와 나치 문양.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경 장벽 건설과 무슬림 입국 금지 등 이민자와 외국인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백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남가주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소수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행위들이 행해지고 백인 우월주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무슬림 등과 함께 한인들도 잇따라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UCLA에 재학 중인 한인 윤모씨는 선거 다음날이었던 지난 9일 LA 근교 시미밸리 지역에서 백인들로부터 인종차별 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씨에 따르면 이날 담배를 사기 위해 시미밸리의 한 리커스토어에 들렀는데 백인들이 다가와 다짜고짜 “영어는 할 수 있냐”고 물어본 뒤, 윤씨가 이들을 피해 업소 안으로 들어가자 이들이 따라 들어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그래야 ‘깨끗한 미국’이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욕설을 퍼부어댔다는 것이다.
윤씨가 업소 직원과 함께 이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후 윤씨의 차까지 따라와 언어폭력을 계속했다며, 미국에서 자라면서 중고등학교 때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전했다.
LA 거주 한인 여성 최모씨는 우버를 이용하면서 한 트럼프 지지자와 카풀 동승을 했다가 봉변을 당한 경우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동승자가 차 안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물어와 최씨가 힐러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상대방이 갑자기 “입을 다물라”며 욕설을 하는 바람에 당장 우버 차량을 세우고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같이 한인들이 차별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무슬림들을 겨냥한 증오범죄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트럼프 당선 후 전국에서 나치 문양을 담은 낙서와 백인 우월주의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글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ABC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 9일 한인 학생들도 다수 재학하고 있는 우들랜드힐스의 엘카미노 고교에서 16세 무슬림 여학생이 인종차별적 폭력을 당했다.
이 여학생은 무슬림 전통복장 ‘히잡’을 쓰고 가던 중 남학생 2명이 히잡을 벗기려고 하면서 “넌 미국인이 아니고 히잡은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히잡을 쓰면 안된다”는 말과 함께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또 같은 날 샌디에고 스테이트 대학에서도 남성 2명이 무슬림 여성을 위협하고 지갑과 차키를 빼앗아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11일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곳곳에서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는 낙서와 나치문양(하켄크로이츠)이 동시에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을 다시 하얗게’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구호를 미국을 백인의 세상으로 만들자는 내용으로 바꾼 것이다.
뉴욕주 웰스빌의 공원 담벼락에서 나치 문양과 함께 이 문구가 발견됐고, 미네소타주 메이플 그로브의 한 고교 화장실에서는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오직 백인만’ ‘트럼프와 함께 백인의 미국‘이라는 문구도 나왔다.
전문가와 교육자들은 대선 후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연쇄적 인종차별적인 행동, 낙서, 범죄가 트럼프의 당선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불안을 조장하는 이런 행동을 억제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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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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