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하는 대국민 특별담화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연설문을 검토하는 독회를 하고 있다.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은“당시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었으나‘신 하가 왕에게 상소하는 심정’으로 개헌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장철영 전청와대 전속 사진사 제공>
“대통령은 말(연설)로서 국정운영을 한다. 만약 누군가 그 말을 대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대통령이고 국정운영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한 강원국(54) 전 연설비서관의 말이다. 통치자의 한 마디는 엄중한 선언이자 역사의 기록이다. 연설문을 ‘어려울 때 도와준 지인’에게 통째로 넘길 만큼 가벼이 여긴 대통령은 지금 국민적 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에게 연설문은 무엇인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기록한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상 사진 속에서 연설문은 깊은 고뇌와 정성의 결과물로 등장한다. 연설문의 단어 하나, 문구 한 줄을 다듬고 또 다듬는 지도자의 눈빛에서 최순실과 같은 비선이 끼어들만한 틈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초안 거듭 수정-연설비서관실도 집무실 옆으로 옮겨2007년 1월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소집무실에서 연설문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는 대국민 특별 담화를 앞두고 마지막 독회를 하는 중이다. 정치권의 반발을 예상해서였을까, 담배를문 대통령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담화 직후 “참 나쁜대통령이다. 국민이 불쌍하다”고 비판했다.
2개월 후 노 전 대통령은 또 다시 특별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개헌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대선후보들이 개헌공약을 내세울 경우 개헌발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다. 사진 속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 메이크업을 하는 중에도 회견문을 검토하고 수정했다. 회견문을 읽는 윤태영 대변인을 바라보는그의 시선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
강 전 비서관은“ 당시 지지율이 바닥을 친데다 ‘경제나 챙길 것이지 왜 일을 벌이느냐’는비난 여론이 높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려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듣고 싶은 소리만 하는 것은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다. 신하가 왕에게 상소를 올리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서 제안해야 한다’며 개헌 담화를 밀어붙였다”고 회고했다.
강 전 비서관이 기억하는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대면 중시’다. 상대방에게말을 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했다. 개헌 담화문 역시 연설비서관이 대통령의 구술을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했고 한 달 내내 고치고 또 고쳤다.
강씨는 “ 자신의 생각을 보다 설득력 있는 말과 글로 다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만큼 대통령에게 연설문은 전부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국민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연설문 작성자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공보수석실 소속이던 연설비서관실을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고 본관 집무실 옆방으로 옮기도록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월 청와대 위민관 비서실에서 참모들과 선 채로 연설문 독회를 하고 있다. <김용위 전 청와대 전속 사진사 제공>
#MB, 2011년 미 의회 연설 앞두고 참모들과 25회 독회
-재임기간 라디오 연설 109차례나-비서실장 등과 선 채로 독회도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라디오 연설을 109차례나 할 정도로 연설문에 애정을 쏟
았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기록비서관이 작성한 초고를 참모들과 함께 검토하고 토론하는 독회를 특히 중시했다. 연중 가장 광범위한 주제를 언급하는 광복절 연설의 경우 보통 10회이상, 2011년 미 의회 연설을 앞두고는 25회나 독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월 11일 촬영된 사진 속에서 이 전대통령은 청와대 위민관 비서실에서 이동관 대변인, 정정길 비서실장,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과 선 채로 라디오 연설문 독회를 한다. 행사직전까지 참모들과 함께 연설문을 검토하고 다듬었던 이 전 대통령은 공군 1호기 내에서까지 연설문을 수정했다.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김영수 영남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연설문 독회는 참석자들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다. 관련 업무를 놓고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기회이면서 대통령에게는 공부도 하고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1월 이민정책 관련 연설 을 앞두고 코디 키넌(왼쪽) 연설문 작성팀장 등과 의 견을 나누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보좌관 등과 격의 없이 토론…심야에 문구 첨삭
-연설문 작성팀장 “퇴고는 대통령 몫”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 중엔 버락오바마 대통령이 연설문 작성팀장 코디 키넌, 벤 로즈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 등과 격의 없이 머리를 맞대고 수정하거나 토론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다.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걸터앉은 채 구술을 하거나 아예 연설문 작성팀 사무실을 찾아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문구를 첨삭하기도한다. 2016 대선 불출마 선언을 앞둔 조 바이든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주로 심야 시간에 연설문을 다듬는다. 지난해 3월 코디 키넌은‘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50주년기념 행사 전날 자정에 호출을 받고 백악관으로 달려가 대통령이 수정한 연설문을 재검토 하기도 했다. 코디 키넌은 올해 초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년 국정연설과 같은 중요한 연설문의 경우 정책 보좌관이나 정책 전문가, 여러명의 연설문 작성자들이 협력해 만드는데 마지막 퇴고는 항상 대통령 몫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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