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과 삶을 함께 포용하는 ‘성찰의 장소’
▶ 휴스턴 소재, 연 2만명 방문

매년 2만 명이 방문하는 장례역사 박물관은 미 장의업계의 거물 로버트 월트립이 설립했다-역사적인 영구차들의 전시관. 대다수는 부유층 명사들의 장례식에서 사용된 것들이다.
한 영구차를 응시하던 린다 그래벨은“와우, 너무 아름답죠”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이 아니었다. 1832년의 아주 작은 마차였다. 휴스턴 북부 거대한 벽돌건물 안에 전시되어 있는 몇 대의 초기 영구차 중 하나다. 장례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Funeral History)은 죽음에 대한 사색을 꺼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66세인 그래벨은 자신의 생이 황혼에 들어섰음을 알고 있다. 그녀도, 남편도 죽음을 상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워싱턴주 그들의 교회 목사는 가끔 장의사에서 정규예배를 인도하기도 한다.
RV를 타고 장기여행 중인 이들 부부는 텍사스 관광안내센터에서 팜플렛을 보고 이곳에 들러보기로 했다.
매년 2만 명이 방문하는 이 박물관은 1992년 미 최대 장의사 체인기업인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을 창립한 장례업계의 거물 로버트 월트립에 의해 설립되었다.
“학교에선 ‘죽음 입문’을 가르치지 않아요. 우리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을 포용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죽음을 포용하면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라고 박물관의 관장 제네비에브 키니는 말한다.
기프트숍에선 박물관의 모토를 써넣은 티셔츠도 팔고 있다 - “지상에서의 모든 날은 좋은 날이다”3만 스케어피트의 전시 공간은 흐릿한 불빛 아래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다. 죽 늘어선 관들과 영구차들 아래쪽의 부분 조명만 환하다.
한 그룹의 노년기 여성들이 그레이스 켈리의 장례식에서 사용된 머시디즈 벤츠 영구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 다음 동전과 달러지폐로 도배한 관 앞에서도 사진을 찍은 그들은 “내 돈을 무덤까지 갈 수 있다는 거야”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했다.
상당수 전시품들은 부유한 명사들의 장례와 관련된 것들이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지하안치실 모형도 있고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 장례식 후 백악관으로 보낸 450달러 비용 청구서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장례관련 아이템이 더 관심을 끌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프리토 레이 칩회사에서 일하며 도리토스 콘칩 발명에 일조한 아크 웨스트란 사람의 2011년 장례식 프로그램 같은 것이다. “멋진 친구네!”라면서 엄지를 치켜들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방문객도 보인다.
좀 더 으스스한 스릴을 기대하며 10달러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다는 한 여성은 죽은 대통령과 교황들엔 무료해 하다가 시신방부처리 관련 전시실에선 관심을 보였다. 1940년대 망자의 머리칼을 컬해주는데 사용했던 무기처럼 생긴 금속기계와 “(시신의) 피골이 상접한 경우에 아주 유용하다”라는 설명이 붙은 노란 빛의 오래된 액체가 담긴 유리병도 있다.
죽음의 장소를 둘러보며 스스로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 방문객이 전시물을 보고 있다.“학교에선‘죽음 입문’을 배우지 못한다. 박물관의 목적은 죽음의 포용이다. 죽음을 포용하면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제네비에브 키니 관장은 말한다.
특이한 곳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곳을 발견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우표 거래상 애비게일 하인(40)은 교황 전시실에서 셀피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렇게 캡션을 달았다 : “내가 죽은 후 내 유해는 당신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다른 가족들처럼 자신도 화장될 것으로 생각하는 하인은 자신의 유해가 땅에 뿌려져 나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쓰레기통에서 아기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후부터 죽음에 매료되었었다는 키니 관장은 독일에 육군 의무병으로 파견되었을 때 죽음에 대해 또 한 번 깊이 생각할 경험을 가졌다고 했다.
시신부검 참관을 위해 장의사 복도를 걸어갈 때였다. 나직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를 따라 한 방으로 들어갔더니 한 남자가 죽은 갓난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남자는 장의사였다.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키니는 그에게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키니는 정말 장의사가 되었고 이젠 장례역사 박물관의 책임을 맡고 있다. 망자들의 주위에서 일할 때 그녀는 생기가 넘친다. 푸른 눈동자를 빛내면서 그녀는 다음 전시회, ‘화장의 역사(The History of Cremation)’에 관해 열심히 설명했다.
몇 차례 케이블 TV를 통해 소개될 때마다 장례역사 박물관은 그저 기이한 곳으로만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진지한 전시회를 계속 기획하면서 죽음을 포용하여 더 충만한 삶을 지향하게 하는 ‘성찰의 장소’임을 그는 홍보하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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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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