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노벨상 수상 못하나’ 논쟁… 기초과학 홀대, 단기성과만 평가
▶ “노벨상 나오려면 깊은 연구 존중, 창의적 과제 적극 지원해야”
0:22.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 역대 한국과 일본의 성적표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에게 돌아감으로써 과학 분야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수는 총 22명에 이르게 됐다.
일본은 노벨생리의학상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하게 됐다. 다른 분야까지 합치면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이다. 이로써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수는 총 25명(미국 국적자 2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문학상 2명과 평화상 1명을 빼면 과학 분야에서만 22명이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은 116년의 노벨상 역사에서 거의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게 전부다. 한국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인 한국은 노벨상 시즌만 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9%(86조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일본을 앞섰고 중국의 두 배나 된다. 때문에 요즘 한국에서는 ‘노벨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화두는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뭘까?”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최근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은 과학 연구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깨닫기보다 돈으로 승부하려 한다”고 뼈아프게 지적했다.
한국의 유력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노벨상 후보군에도 오르지 못하는 우리의 과학 연구 실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대다수 언론들은 기초과학연구를 홀대하는 문화와 단기 성과 위주의 평가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와 같은 ‘헤소마가리(외골수) 정신’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헤소마가리’란 남이야 뭐라 하건 자기 식으로 외길을 가는 고집불통을 뜻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심오한 연구 성과보다는 보직을 보고 평가하는 한국의 문화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학자들이 긴 호흡으로 깊이 천착할 수 있도록 그들의 연구를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돼야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우리 학문은 아직도 외국 연구를 소개하고 모방하는 단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창의적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는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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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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