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강진 이후
▶ 수많은 미술품·유적·고서·기록철 간직

지난 달 진도 6.2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아마트리체의 폐허가 된 거리 모습.

유적물 보존 전문가들은 잔해 더미에 깔린 오래된 책들과 서류들을 하나 하나 꺼내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아마트리체의 임시 셸터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구호물자를 살펴보고 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흰 마스크를 쓴 구조대원들이 먼지와 싸우며 일하고 있다. 인간 사슬을 이룬 그들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잔해 더미 속에서 찾아낸 것들을 손에서 손으로 전하고 있었다. 바로 옆 건물의 갈라진 틈이 크게 벌어져 위태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일해야 했다.
진도 6.2의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의 최근 어느 날 풍경이다. 이들이 돌 더미와 폐허 더미 속에서 구조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살아있는 사람이나 시체가 아니다. 이탈리아 경찰 소속 미술품 전담반인 이들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팀을 이뤄 아마트리체의 300년 역사가 담긴 도시의 기록보관소를 구조하고 있는 것이다.

8월25일의 지진으로 약 300명이 사망했고 수천명이 집을 잃었다. 아마트리체의 생존자 캠프.
지난 8월24일의 지진으로 296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고, 집을 잃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잃은 것은 그것뿐이 아니다. 그 잠깐의 흔들림으로 이 도시를 기록해온 수천권의 책들과 서류들, 기록철들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639년과 1703년에도 지진으로 대파된 이 도시가 그 이후에 쌓아온 역사 기록들이다. 그뿐인가. 셀 수 없이 많은 미술품과 유적이 있는 수많은 교회와 뮤지엄들도 지진대 위에 놓여있어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로서는 아마트리체 주민들이 쌓아온 역사와 흔적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이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문화부 관리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는 말했다.
이탈리아는 1997년 중부를 관통한 지진으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바실리카를 포함한 중요한 유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후 문화부 내에 위기 구조반을 신설했다. 이 부서는 이후 국내외에서 일어난 자연재해 및 인공재해의 현장으로 수십차례 파견됐으며 지난해 부령을 통해 정식 조직으로 승격됐다.
유적 복구의 역사가 깊은 이탈리아 문화부는 올해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전쟁 피해를 입은 다른 나라들을 도와주는 특별전담반도 개설했다. 유엔에서는 이 전담반이 시리아로 가서 2015년 IS 점령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고대도시 팔미라의 유적물들을 복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시리아의 상황이 위험해서 이들이 들어가기에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위기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떠날 준비가 돼있다”는 이 특별반은 지난 달 아마트리체에서 지진이 나자마자 한 시간도 안 돼 현장으로 급파됐다. 이들은 응급 구조반이 자리를 펴기도 전에 벌써 피해지역 건물들을 돌아보며 문화유산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로 성당, 뮤지엄, 시청 등지의 건물로 들어간 문화부 구조반은 구조 대상 유적물을 일일이 조사했다. 그림, 동상, 십자가와 성물들은 보존과 피해 파악을 위해 미술품과 유물들의 야전병원으로 보내졌다.
이 일은 위험하고, 많은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아직도 아마트리체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많은 건물들이 붕괴 위험에 놓여있으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가뜩이나 약해진 구조물들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문화부 구조팀은 우선 들어갈 수 있는 곳들부터 들어가서 유물들의 사진을 찍고 기록한 다음 쉽게 옮길 수 있는 것들은 빼내고 있다. 이런 일들은 소방대원들과 시민보호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으며, 수많은 재난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가진 개개인 전문가들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지진이 나고 몇 주 동안 위기구조반은 아마트리체의 뮤니시펄 뮤지엄과 몇 교회들의 유물을 모두 꺼냈다. 심하게 피해를 입은 인근 타운 아쿠몰리와 아르콰타 델 트론토의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도 수천점의 유물들이 불안정한 교회들과 팔라조 건물들 속에 갇혀있다. 구조반은 “하나씩 하나씩 모두 구조해낼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트리체에서 가지고 나온 미술품들은 인근 시타두칼레에 있는 경찰 관계부서 소속의 거대한 창고로 옮겨지고 거기서 응급 복원작업이 이뤄진다. 2012년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을 강타한 지난 지진 때 성공적으로 대처한 것이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구조 작업은 복구 작업과 병행하기도 한다. 소방대원들은 위태로운 성당의 파사드를 보강하는 한편 첨탑과 타워 주변의 스틸 밴드를 감싸 두었다. 모든 작업은 문화부의 건축 및 미술사 전문가들의 감시 아래 이루어진다. 경찰들도 계속 순찰하면서 혹시라도 폐허 속에서 유물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모두 다 굉장한 주의가 요구되는 작업인 한편 가능하면 빨리 마쳐야 할 일이다. 해발 1,000미터에 자리 잡은 도시여서 앞으로 한 달 후면 눈이 내리기 시작할테니 말이다.
가장 먼저 우선적으로 구조한 프로젝트는 18세기 복제품인 토리노의 수의(Shroud of Turin)였다. 예수의 몸을 쌌던 것으로 믿어지는 아마포의 천으로, 아르콰타 델 트론토의 교회에서 가지고 나와 아스콜리 피체노의 대성당으로 옮겨졌다. 이 지역 주민들에겐 굉장한 가치를 가진 유물이기 때문이다.
아마트리체의 수호성인인 필레타의 마돈나(Madonna of Filetta)로 알려진 아주 작은 성모상도 산타고스티노 교회의 잔해더미 속에서 찾아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으며 지진 희생자들의 공동 장례식 중에 전시되기도 했다.
위기 구조반은 잔해더미로부터 오래된 돌들과 벽돌들도 구해내기 시작했다. 이 돌과 벽돌들은 건축물을 재건할 때 다시 사용될 것이다. “가능하면 최대한 전에 있던 곳에, 전의 모습 그대로 다시 짓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 때를 위해 모든 유적물과 건축 재료를 모아두었다가 우리 타운을 최대한 과거의 진짜 모습과 똑같게 재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사진 Alessandro Grass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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